Ⅲ. 이영도 시조의 서정성
1. 이영도 시조와 황진이 시조
시조는 고시조와 현대시조가 있다. 그런데 현대시조로서의 이영도 시조라고 할 때 황진이 시와 연관시켜서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감히 단언한다. 우리 고시조에 황진이가 있다면 현대시조에는 이영도가 있다고
이러한 유사성이 있을 것이라는 연구는 구체적으로 그 유사성을 탐색함으로써 확실한 논증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영도 시조와 황진이 시조는 고대와 현대의 공간개념이 확실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연결되어진다고 인식되고 있는 것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각 작품 및 주인공의 특징에 해체되어 있는 특징을 모아보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유사성뿐만 아니라 상이성도 내재할 것이라는 가정을 해 본다.
1). 미인과 시조
(1). 이영도의 아름다움과 사랑 시조
미셀푸코는 『말과 사물』에서 이 세상에 하나님이 흩어 놓은 기호들을 찾아보는 것이 유사성을 발견하는 일이다 하였지만 우리들의 마음에 있는 아름다웁기를 바라는 신비의 환상개념이면서 신비롭기 까지 한 여인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진다. 신이 만들어 놓은 걸작품에 감탄하고 유혹당하면서 이끌리듯 문학 작품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아름다움에 대한 환상적 상상력의 날개는 이영도와 황진이 두 여인이 모두 아름다웠다는 것에 머물게 된다.
이것은 한국시조가 서정적이라는 데서도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서정시는 일반적으로 대상을 바라보며 시적인 감흥이 일어나고 그로 인하여 작품이 표출되는데 인간관계일 경우 그 주제는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하게 된다. 어느 영화를 보거나 문학작품을 보아도 미인은 필히 작품의 주인공이 된다.
실제 이영도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이영도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다정다감한 여인이었다. 그러나 그 보다는 맑고 고요하고 격조 높은 시를 쓰고 시를 이야기하고 또 시를 생활하고.........우리 시대에 와서도 일찍부터 시조 여류 시조작가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아니었지만 그 중에서도 여름밤 구름을 뚫고 나타나는 달처럼 모두들 쳐다보도록 맑고 환한 모습을 드러내 보인 두드러진 여류시조작가.....
“...인간 이영도는 아름다운 시인이었다. 시인 이영도는 맑고 흰 살결 곱게 매만진 머리, 그리고 잘 어울리던 한복차림, 멋을 알고 멋을 부리던 한국의 멋진 여인이었다”
이영도의 아름다움에 대한 극찬은 그가 시조시인이었다는 점으로 하여 더욱 가미된다.
이 아름다운 시인 이영도는 그의 작품세계에서 실화적인 일화를 표출한다.
조심히 이 한 밤을 자취 없이 오는 눈
그의 가슴처럼 넓고 고운 사랑일레
이 산천 허물도 없이 한 품안에 안겼네
- 이영도 「눈」
어루만지듯
당신
숨결
이마에 다시하면
내 사랑은 아지랑이
춘 삼월 아지랑이
종다리
노오란 텃밭에
나비
나비
나비
나비
- 이영지 「아지랑이」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과 귀 기우려 기다리네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 이영도 「무제」
실제 청마 유치환시인의 편지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를 책으로 펴 낼 만큼 일화를 남긴다.
그때 한창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라는 청마 선생님의 편지가 책으로 나와 세상이 떠들썩했던 때였으므로 청마선생님에 대해서도 여쭈어 보았다. .....청마와 시조와 노을을 사랑한 여인......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느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 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에게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 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유치환 「행복」
유치환의 「행복」전문이다. 삶의 고귀성은 사랑을 통해 극대화할 수 있으며 인간다운 인간애는 ‘천년 싱싱할 수 있는 사랑이 표현된 유치환의 행복일 수 있다. 이러한 편지를 이영도 시인에게 보낸 것을 그녀는 책으로 엮어 냈다. 따라서 그녀의 주변을 알고 있는 시조시인들은 그녀의 작품을 평가할 때 유치환 시인과 관련짓게 된다.
그대 그리움이
고요히 젖는 이 밤
한결 외로움도
보배 냥 오붓하고
실실이 푸는 그 사연
장지 밖에 듣는다
- 이영도 「비」
위의 시조를 정완영은 이렇게 평한다.
이영도 선생의 알뜰한 작품이다. 그리운 사람을 못내 그리워하는 곡진한 심정이 잘 담겨 있다. 言短意長. 이 짧디 짧은 단수 하나로 하여 우리들은 몸도 마음도 온통 촉촉하게 젖어드는....
짧디 짧은 단수 하나로 곡진한 정을 이영도 시인은 시조작품 「비」와 동일시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특정인물을 독자로 하여금 연상시키게 하는 것은 작품의 객관적 평가 이전에 풍문으로든 혹은 실제 보았던 기정사실에 대한 이영도 시인과 유치환과의 사랑이라는 선입 관념의 상상으로 문학작품을 바라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도 작품을 유명한 황진이 시조와 관련시켜 미화시키는 일반적 인식은 그녀의 아름다운 분위기와 어울리는 시조와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경험되어졌던 그들의 사랑과 연관시킨다. 또한 그녀의 멋과 시조와 생애와의 관련성이 신비한 분위기에 있어서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영화의 주인공처럼 살기를 희망한다. 더구나 사랑의 이야기가 첨가되는 문학스토리는 기록이 없더라도 마을마다 고을마다 사랑의 전설이 여주인공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있다. 여주인공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주 신비하게 엮이어 지면서 애틋한 슬픔을 지니거나 아니면 아주 통쾌한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아마 이 세상에 사람들이 살아 있는 한 두고두고 전하여 질 것이다. 이영도나 황진이나 모두 여성이면서 이 아름다움과 겻 들여진 이야기를 전하여 준다.
(1). 황진이의 아름다움과 그의 시조
이영도의 시조를 논할 때 그녀의 아름다움과 그의 작품과의 연관성을 두려하는 것처럼 황진이의 아름다움과 그의 시조도 같은 맥락을 가진다.
황진이와 벽계수와의 일화는 황진이의 아름다움이 논하여 진다.
黃眞伊松京名妓也 色藝俱絶 宗室碧溪守者 思欲一眄
황진이는 아름답고 그리고 예술에 능하다고 전하여 진다. 이미 알려져 있는 벽계수와의 일화는 서유영의 금계필담錦溪筆談을 통해서 보면 벽계수의 시각을 자극시키기 위해 그의 앞에서 서서 시조를 읊는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라
일도 창해 면 다시 오기 어려웨라
명월이 만공산 니 쉬어간들 엇더리
- 진청診靑 286
- 黃眞伊 甁歌:539
명월은 황진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위의 시조에서 “명월이 만공산니....”로 표현한 것은 그 스스로 아름다운 여인이 있으니....라고 말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학론은 흡인본능설이다. 흔히 아름다운 여인을 달덩이 같다고 하는데 황진이는 자신을 명월 달덩이로 하여 벽계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흡인 본능성과 관계되는 벽계수의 관심도 우선은 황진이의 아름다움에서 시작된다.
서동이 지은 서동요도 선화공주의 아름다움에 있다. 다음은 선화공주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록이다.
聞新羅眞平王第三公主善花(一作善花)美艶無雙削髮來京師 以薯草.창..乃作謠 誘群童而唱之云?.
주인공의 이름은 선화善花인데 일명 선화善化라로도 불리어진다. 화花 나 화化는 선화의 ‘선’이 셋째임으로 셋째 딸인 셋희이다. 즉 셋째 딸이다. 한국민속에 따르면 혼인미담으로 셋째 딸은 물어보지도 말고 데려 간다는 속설이다. 따라서 셋쩨 딸은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말이다. 서동요에서도 서동이 반한 것은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어서이다. 만일 서동이 실제 인물이 아니고 서동요가 백제와 신라와의 유대관계를 위한 의도적인 인물의 작품이라고 본대도 비단 한 여인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된다.
이 아름다움은 수로부인에게도 해당된다.
紫布岩乎邊希자포암호변희
執音乎手母牛放敎遣집음호수모우방교견
吾肹不喩慚肹伊賜等오힐불유참힐이사등
花肹折叱可獻乎理音如화힐절질가헌호리음여
븕게 핀 바희
자 은 손 암 쇼 노시고
나 안디 븟그리샤
곶을 것가 받오리이다
- 실명노인 「헌화가」
일연이 지은 헌화가는 신라 성덕왕 시절 강릉태수가 아내 수로부인水路婦人과 동대산에서 발원한 맑은 물이 골곡포를 이루는 넓은 계곡 사이에 5리나 되는 암벽이 병풍을 둘러쳐 있는 절경가를 지나가다 벼랑 바위에 붉게 핀 철쭉꽃 갖기를 바라자 이를 실명노인이 꺾어 준다는 이야기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실명노인은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없을뿐더러 수로부인의 아름다움도 볼 수 없다. 그런데도 꽃을 꺾어바친다. 조건으로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꽃을 꺾어 바친다이다. 이후 이 실명노인과 수로부인 이들은 골곡포를 떠난 지 이틀째 병곡의 대진마을을 지나던 중 갑자기 먹구름과 함께 바다에서 파도가 일며 해룡이 수로부인을 바닷속으로 데리고 들어갔고 동행하던 실명노인이 즉석에서 ‘해가海歌’를 지어 마을 사람들과 노랫소리가 용궁에까지 들리도록 부른다.
龜乎龜乎出水路구호구호출수로
掠人婦女罪何極약인부녀죄하극
汝若悖逆不出獻여악패역불출헌
入網捕掠燔之喫입망포락번지끽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어놓아라
남의 아녀자를 약탈한 죄가 어찌 크지 않으리오
네가 만약 거절하고 내어놓지 않는다면
그물을 놓아 기필코 잡아다 불에 구워먹으리
거북이는 수로부인을 돌려주었고 실명노인은 강릉까지 동행하였다. 수로부인의 아름다움은 물가나 큰 연못을 지날 때마다 일어난다.
그 후 강릉까지 따라갔던 실명노인은 영덕 36429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읍 군청길 116번지 돌아온다. 감사의 선물로 정숙한 부인을 얻어 잘 산다는 이 전설은 부경리에서 고려 중엽까지 전해지고 남정면 정수사 승려들에게 알려지고 당시 군위 인각사에서 일연一然이 『삼국유사』 집필에 기록된다. 유일하게 장소가 알려진 「헌화가」와 수로부인을 살리기 위한 ‘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