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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 시인의 작품읽기

이영지 시인
우린 모두 바보향기
작성자: 이영지 추천: 0건 조회: 9823 등록일: 2013-09-22
사랑아 사랑아 28
   
  바벨탑의 환상 - 바보향기 창 11:1-31  (20130922)                                              李英芝
                 
가을이다
사과가, 홍옥이 익을대로 익어 새발갛게 내려앉는다
벼가 익을대로 익어 노오랗게 내려앉는다
먹기만 하면 말씀이
익을대로 익은 말씀이
이 땅에 말씀향기
가을이다
아직도 여름열매를 달고
오르는 사닥다리가 빳빳하다
설익은 열매로
온 들판의 말씀향기는 눈여기지도 먹지도
먹을 생각도 않고
말씀향기 찾는다는
바보향기
하늘에 올라야
예수님처럼 잘 익은 가을 향기가 된다며
설익은 열매다리로
가을 사닥다리를 오른다
바보향기의 여름고개가 빳빳하다
이제 곧 서리가 옷을 입을 터
서리가 하얀 사닥다리 휘청거린다
모은 말 무게가 휘청거린다
너무 기인 다리가 휘청거린다
물이, 말씀이 아닌
바보향기가 분수처럼 와르르
와르르
온 땅에 두루 두루 퍼지며
바보향기 가을이다
가을에 설익은 열매를
낳고낳고
두루 두루 퍼져
낳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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