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절대조건 “…한다면”
- 채영선 시집 『사랑한다면』 -
이 영 지
채영선 시인 시집 「사랑한다면」은 만일의 가정법을 사용하였다. ‘사랑한다면’이라는 가정법은 우선 우리나라의 향토 시인 김소월에게서 찾아진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신다면’의 이 “…다면”은 채영선시에서 “사랑한다면”과 더불어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귀중한 사랑의 냄새와 행위와 마음의 자세를 그리고 상대방의 사랑을 감지하려 한다.
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 채영선의 60여편 시는 5부로 나뉘어 지면서 열두편을 꼬박 일정하게 엮고 있다. 풍성 곧 결실, 곧 사랑을 하나님 같이는 안되지만 인간의 사랑의 농도를 올리겠다는 채 시인의 의지적인 면 곧 이성유추의 이미지이다. 곧 채영선 시인의 신학 전공자로서의 소명의식이 내재한다. 때문에 채영선 개인의 시집의 의미를 넘어서 신학적인 의미의 접근이면서도 세계정서인 1년 열두달의 공유와 아울러 가장 한국적인 열두폭치마를 비롯하여 물건의 개수가 열두개로 들어있는 한 묶음의 의미까지 공유하는 신학성과 한국고유의 정서를 고루고루 갖춘 내면의 갈망의식이 있다. 더구나 ‘사랑’이라는 어휘가 앞에 붙으면서 ‘사랑한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하나님의 명령이 숨어 있다.
이 때 채 시인의 시를 연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하이퍼성으로 접근한다고 할 때 1부 12편 → 2부 12편 → 3부 12편 → 4부 12편 → 5부 12편으로 된 채영선시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 전부 검토되어야 할 일이다. ‘사랑한다면’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사랑을 전제로 한 연작시적 시형식인 1, 2, 3 순을 따르고 있지는 않지만 일련의 일정한 12편이 각 부마다 배열되어 있는 점에 따라 그 의미도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60편의 시 작품은 각각 독립되면서도 ‘사랑한다면’이라는 전체에 수렴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60편의 시는 동시에 ‘사랑한다면’을 제목으로 하는 하나의 작품이다.
우선 1-5부까지에서 12편이라는 동일한 반복성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등가성의 선택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하여 5부와 12편의 동일성이 긴장관계가 되어 있다. 각 부마다 12개의 작품이 만들어내는 60여 편을 똑같이 나누는 관점은 일차적으로 한국적 정서에서의 일생의 계산을 이 60세에 맞추고 있다는 일차적 보편성을 들 수 있다. 그러기에 시 제목과 더불어 일평생이라는 의미가 첨가되는 시들이다. 이에 이 연결 시들이 가지는 연결시어의 연결성을 찾아 나서게 된다.
각 부마다의 12작품은 일 년 열두 달을 의미하는 계절의 굴곡에서 채 시인이 겪는 체험들이 이미지화되면서 의미의 내포로 된 시적 곧 하나로 통일되는 ‘사랑한다면’의 가정법 하에 지어진다. 그만큼 ‘사랑’ 주제에 대한 절실성으로 하여 60편의 기본틀은 60편 상호간의 결합된 관계이다. 사랑한다는 개념을 앞세운 이 시들은 일차적으로 우선 음양의 결합이다. 이 시에 맴돌고 있는 사랑의 생성을 목적으로 하는 생성적 결합이 부부가 얼마만큼의 거리로 가까워져 있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주제로 하는 체험적인 사랑연가이다. 이국을 오가면서 성직자의 길을 걷는 남편을 따라 감당했던 의식의 파편들이 모아진 일심동체의 이 시는 한 몸이면서 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비유사성이 서로 결합관계가 되는 그 사이에 ‘사랑한다면’이 있다. 이 강한 욕구의식은 그 거리를 좁히면서 충족정도를 높이고 있다. ‘사랑한다면’이라는 제목 밑에 쓰여 진 60편의 작품들은 결국 하나이면서 사랑하는 마음의 유기체로 이루어진 갈망이다. 비록 예수님처럼은 아니더라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사랑의 깊이를 일생 도전해 본 참으로 눈물겨운 사랑시이다.
이러한 요구에서 ‘사랑한다면’은 채영신 시인의 실제 사랑이야기이다. 그리고 채영선시의 세계는 ‘사랑한다면’의 시적 이미지로 된 채영선의 의지적 표현이다. 따라서 채영선이라는 시인의 정서적 등가물이다. 이 시집이 갖는 매력은 시인 한 사람의 시집 의미를 넘어서는 바 그것은 결코 질서 밖의 시각이 아니라 공통적인 시인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사람들의 존재 방식 속에서 제시되는 사랑의 현실을 뛰어 넘는 초월에의 원망이 현실의 긍정, 또는 좌절에서 다시 일어서며 다시 회복의 세계를 열망하는 신화적 상징을 시도하는 일이다.
1. 시의 외연이 갖는 사랑한다면의 ‘가슴’
이 사실을 탐색하고자 이 시가 제시하는 질서 각 부마다의 12편과 5부가 갖는 구조적 고정성에 의하여 그 연결, 처음서부터 끝까지 이어오면서 무엇을 말하려고 시의 재료를 썼는가이다.
시어들의 연결은 다음과 같다.
① 1부
가슴, 김치(「어른이 되어서」) → 마음, 숟가락(「율무차」) → 손가락, 누에(「시, 기억의 이름」) → 누에, 가슴(「구름 위에」) → 가슴(「허리케인」) → 가슴, 목숨 (「그 여름」) → 목 안, 산비탈(「검은 노비」) → 산밑, 비(「골짜기의 여름」) → 밤비, 밤마다(「시어」) → 밤, 마음(「슬픔은 슬픔대로」) → 마음, 인생(「마을버스 인생」) → 세월, 가을(「과꽃」)
② 2부
가을, 없어도(「영추문 길」) → 없으면, 묘비명(「사진」) → 공원묘지, 꽃잎(「여섯 송이 백합」) → 국화 꽃잎, 돌아왔지(「그날」) → 돌아왔어, 얼어 붙었나봐(「첫눈」) → 얼은, 눈(「그 시절」) → 눈, 머리(「바보」) → 머리, 꽃불(「단풍나무」) → 불, 아름다운(「시월」)→ 아름다운 굴곡도, 볼 수 있으니 (「밤에도도 하얀걸까」) →보이지 않는 눈, 아니 아주 잊어버리셨군요(「얼굴」) → 잊어버린걸까(「순간은 영원한 거야」)
③ 3부
남겨둔, 만나러(「꿈」) → 숨, 나그네(「은행잎」) → 한숨, 사람「산세베리아 그늘에」) → 사람, 내(「싱크대 위에서」) → 나, 꽃냄새(「손이나 만저보고」) → 꽃, 핏줄(「오누이」) → 핏줄이, 네(「밥솥」) → 내, 나, 닮았을까(「할머니」) → 아닐까(「하트 위에서 춤을」) → 올까, 밤(「뒤꿈치를 들고」) → 밤, 아침(「불면」) → 아침, 눈(「밤 끄트머리에서」)
④ 4부
눈, 나무(「친구여 친구여」) → 나무는(「봄 여름 가을, 그리고…」) → 나무들, 나는(「벽지」) → 나는(「서양란」) →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