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골짝 봄은/ 배성근
노파품에 안긴 광려산
객지나간 무딘 자식생각에
가마솥뚜껑 아래 울컥 눈물 훔치고 있다
새마을 노래가 초가 걷어낸
슬레이트 지붕 위로
아침 짓는 굴뚝연기가
잿빛 구름으로 승복지어 입고
광산사 법당으로 들어간다.
노루귀 봄 공양이라도 하는 걸까?
잦은 춘설로
지쳐 찢어진 문풍지 틈
햇볕 쬐는 삼신할매 품에 안긴
돌담 밑 냉이도
지난가을 마음 놓아버린 낙엽도
바람재 너머 풍경소리 듣던 풋새도
감천골짝 물살따라 흘러흘러
보이지 않는 해껏 잡으러
가뭇가뭇 세상 밖으로 떠난다
문풍지 도리질 소리가
동구 밖 느티나무 걸린
물레새 소리처럼 가끔 들려온다.
[2010년 불교문예 여름호 발표작]
물레새:할미샛과의 새. 울음소리가 물레질하는 소리와 비슷하다. 울 때 꽁지깃을
좌우로 흔드는 버릇이 있으며, 높은 나무에 집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