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육체가 피투성이가 되어 귀를 막고 눈 감고 말문마저 닫는다.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중음 신으로 늙어 가는 도시의 꿈은 독거노인의 한 많은 세상을 생색내듯 문명이 있어도 그 문명을 받지 못한 골목길은 장맛비로 함석조각 지붕 모퉁이가 퀴퀴한 냄새로 늙어가고 있다 옛날 부모들의 말씀처럼 야 야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단다 이젠 그 말도 도시의 거리를 지키는 은행나무 위로 사정없이 내리치는 빗줄기가 그것마저 쫓아 온갖 오물과 쓰레기더미가 된 도시의 풍경들 겉치레만 화려한 꽃들은 여기 저기 시든 꽃잎처럼 한여름 땡볕에 말라 비틀어진 헐벗은 몸으로 돈 몇푼 때매 성을 주고받는다 하늘을 날아다니던 오염된 허공을 장맛비로 씻어 내리는 구정물을 맞으며 이리저리 정리를 해 보지만 공허하게 뻗어있는 아스팔트 위의 경계선을 그어 놓은 차도 속에 물밀 듯 밀려드는 개미군단의 행렬 그 속에 곡예 하는 사람들 인생이 무너질 듯 위태위태하다 새벽까지 방황하는 젊은 청춘들 정신마저 혼미 해지는 도시의 꿈은 있는 것일까?
늙어가는 도시의 꿈은 없다(2)/청암 배성근
세상사 지친 모습으로 지켜보는 난 10대의 꿈으로 시계바늘을 되돌려 놓는다. 해거름 황토 아궁이 위에 올려놓은 가마솥 누렁이 먹을 소죽냄새가 옛 향기로 젖어 가는 청기와 지붕 밑에는 솔가리 불길 속에서 타닥타닥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 마저 점점 멀어져 가는 요즘 길게 뻗은 골목어귀 사이로 당산위에 넉넉해진 물꼬를 보며 저 멀리 보이는 참 샘이 수박밭에 앉아 막걸리 한잔으로 부르던 콧노래도 이미 떠나버린 희미한 추억 속에 잠겨 그 시절의 얼굴들이 내 나이만큼 자란 앞산 소나무의 까칠해진 몸집이 새삼 생각난다. 그땐 꿈마저 순수했다 그 기억마저 떠나버린 고향 들녘 오랜 기억의 존재는커녕 점점 허물어지는 타인의 꿈으로 죽어가는 땅이 되고 하늘소 더듬이는 이미 부러져 방향을 잃고 쟁기를 놓은 지가 수차례 되었지 아마 그렇게 어울려 살아가던 이들도 술 힘으로 하루 몇 푼의 돈을 세는 인력 시장에 팔려 어깨허리 부러 질것 같은 일그러진 슬픈 얼굴로 잠들고 그들의 세상은 맹인이 되어 더듬거리며 잊어버린 자갈 신작로를 찾아 가고 늙어 가는 도시의 꿈은 암흑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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