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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강 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4. 1. 27. 월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10726 등록일: 2014-01-30

제31강 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4. 1. 27. 월 
         세배 
                                                                                                               민문자 
오늘은 세배(歲拜)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며칠 있으면 설날입니다. 
어릴 때 설날이면 꽃분홍치마에 색동저고리 입고 할아버지와 어른들께 세배하면 ‘올해도 무병하고 어른 말씀 잘 들어라.’ 라고 덕담을 해주셨습니다. 
대여섯 살 때 인가봅니다. ‘아이고 날아갈 듯이 절도 잘하는구나, 우리 문자 시집보내도 되겠다!’라고 말씀하시던 당숙모 생각이 납니다. 그 시절에는 고운 설빔을 입고 어른께 세배하면 옷고름에 매단 복주머니에 밤 대추 곶감을 넣어주는 것이 고작이었지요. 
우리 집에는 보름이 지날 때까지 세배꾼이 매일 왔습니다. 할아버지께 세배하려고 동네는 물론 원동에서도 정월 보름까지 흰 두루마기에 갓 쓴 남자 분들이 많이 왔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떡국과 주안상을 끊임없이 차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설날 입는 설빔인 고운 색동옷이 차츰차츰 사라졌습니다. 동네 마당마다 널뛰고 윷놀이하는 모습도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세배한 후 세뱃돈 챙기는 일에만 마음이 팔린 듯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우리 아름다운 전통 세시풍속을 제대로 알고 계속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설날은 새해를 시작하는 날로 ‘새로움’ ‘새 출발’의 의미가 강합니다. 
설날은 겨울 명절의 꽃입니다. 설날부터 대보름까지 보름간은 한 해를 시작하는 경건한 날이자 봄 농사가 시작되기 전 즐기는 한바탕 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묵은세배를 하였습니다. 그믐날 시작하는 묵은세배는 어디까지나 한 해를 잘 보냈다는 인사로 아랫사람이 어른들께 돈이나 선물을 드리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그믐날에는 스승이나 처가에도 선물하는 풍습이 있는데 특별히 토산품을 보냈습니다. 오늘날 연말연시 선물 보내는 관습은 이런 전통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엔 설날 아침의 세배를 흔히 차례를 지낸 다음 하지만 본래 집안 어른들께는 차례 전에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매일 아침저녁 문안 인사를 했는데 설날 아침 인사는 새해 인사이기도 하므로 세배(歲拜)라 불렀습니다. 
어른들께 세배하고 형제끼리도 맞절로 세배합니다. ‘올해에는 장가가게!’ ‘올해에 돈 많이 벌게!’ ‘복 많이 지으세요.’ ‘건강하고 소원성취하세요.’ 등등 설날에는 특별히 덕담이 오갔지요.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덕담은 때로는 스트레스가 되고 있지만 예전 사람에게 새해 덕담은 단순한 인사말 이상의 강력한 힘을 지닌 언어였습니다. 
이번 설에는 즐겁게 세배를 하고 좋은 덕담도 나누도록 미리 준비해둡시다. 
오늘은 세배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동네<SPAN lang=EN-US style="FONT-WEIGHT: bold; FONT-SIZE: 12pt; BACKGROUND: #ffffff; FONT-FAMILY: 나눔고딕 ExtraBold; LETTER-SPACING: 0pt; mso-font-width: 100%; mso-text-raise: 0pt; mso-ascii-font-family: 나눔고딕 ExtraBold"> / 홍윤숙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o:p></o:p> 
세탁소 이발소 미장원 양복점 
도장포 지물포 문방구 철물점 
한식 일식 고급 양식에 중화요리점 
없는 게 없습니다 우리 동네에 
하루 종일 유리창 하나 가득 웃음을 파는 
사내의 얼굴이 무성 영화 시대의 활동사진 같은 
사진관 앞을 지나 약국을 지나 
헐었다 지었다 헐었다 지었다 
집짓기 놀이하는 교회당을 지나 
내가 사는 골목 바람 속에 들어서면 
헐어 빠진 구멍가게 
시금치 몇 다발 알사탕 몇 개 
시들시들 꿈을 앓던 그 모퉁이 
흙과 해가 놀던 자리 
오늘은 덩그렇게 빌딩이 서고 
빌딩 창구마다 H은행 개업 축하 
꽃다발로 밀리더니 
어느 날 최신형 슈퍼마켓이 
총천연색으로 들어앉았습니다 
나의 손목시계는 여기서 언제나 저녁 여섯 시 
멎어 버린 시계 속엔 황금빛 해바라기 
일각 대문집 
치렁치렁 우물물 푸는 소리 
퐁퐁 들립니다 맨드라미밭에 
  <o:p></o:p> 
  <o:p></o:p> 
사랑아 / 홍윤숙 
  <o:p></o:p> 
사랑아 늙지 않아 죽어도 늙지 않아 
늙지 않아 서러운 서러운 사랑아 
이천년을 살아도 검은머리 청청한 
머리 풀어 산발하고 벌판을 달리누나 
  <o:p></o:p> 
죽어도 늙지 않는 서러운 사랑아 
이따금 내 가슴 문 열고 들어와 
남몰래 들어와 산불 활활 지르고 
달아나는 사랑아 
철없이 늙지 않아 죽어도 늙지 않아 
사랑아 늙지 않아 서러운 내 사랑아 
  <o:p></o:p> 
  <o:p></o:p> 
사람 찾기 / 홍윤숙 
  <o:p></o:p> 
사람을 찾습니다 
나이는 스무 살 키는 중키 
아직 태어난 그대로의 
분홍빛 무릎과 사슴의 눈 
둥근 가슴 한 아름 진달래 빛 사랑 
해 한 소쿠리 머리에 이고 
어느 날 말없이 집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삼십년 안개 묘연 
누구 보신 적 없습니까? 
이런 철부지 
어쩌면 지금쯤 빈 소쿠리에 
백발과 회한이고 
낯 설은 거리 어스름 장터께를 
헤매다 지쳐 잠들었을지도 
연락 바랍니다 다음 주소로 
사서함 추억국 미아보호소 
현상금은 
남은 생애 전부 드리겠습니다 
  <o:p></o:p> 
홍윤숙(洪允淑.1925.8.19∼ ) 약력 
여류시인. 평북 정주 출생. 호 여사(麗史).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3년 중퇴. 한양여고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시작(詩作) 활동, 초기의 대표작은 [신천지]에 발표된 <낙엽의 노래>이다. 1947년 [문예신보]에 <가을>을 발표하여 등단. 1949년 [태양신문] 문화부 기자, 한성여중 교사. 195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원정(園丁)>이 당선되었다. 
상명여사대 국어국문학과에 출강(1970∼1979). 한국여류문학인회 회장(1984), 한국시인협회장(1990) 역임. 1990년 예술원 회원. 
한국시인협회상(1975), 문화예술상(1985), 보관문화훈장(1993), 공초문학상(1995), 서울시 문화상(1995), 예술원상(1997), 3ㆍ1문화상(2001), 춘강상(2002)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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