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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사(圓覺寺)와 가산당 지관 대종사 (伽山堂智冠大宗師)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10991 등록일: 201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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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사(圓覺寺)와 가산당 지관 대종사 (伽山堂 智冠 大宗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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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o:p> 
가장 추운 날이라고 일기예보를 들었는데 새벽을 가르며 오솔길로 올라섰다. 어둠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 방한복으로 완전 무장했건만 만물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교교한 시각인지라 오싹한 냉기가 더욱 스민다. 이렇게 새벽길로 나를 인도하는 이, 그는 누구인가. 아마도 전생에 특별한 인연이 있었을 거야. 
사람은 허약한 존재, 그러므로 신에게 의지하려고 종교를 가진다. 오래전 가장이 폐농증으로 사경을 헤맬 때, 같은 입원실 환자의 보호자가 삼각산 불광사를 한번 찾아가보라는 권유를 받고 절을 찾게 되었다. 삼각산 등산코스의 길목에 있는 산자수명한 불광사는 신라 삼국 통일시대부터 있던 명찰(名刹)이었다. 가장은 부처님의 가피 덕인지 수술을 받고 퇴원하여 차츰 회복되어 건강을 되찾았다. 그리고 어느 늦가을에 어릴 때 한 마당에서 뛰어놀던 소꿉동무 셋이서 2박 3일 가을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만추의 계절, 갑사로 행선지를 정했는데 갑사에서는 재워줄 수가 없으니 대자암으로 가보라 하였다. 할 수 없이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서 올라간 대자암은 규모가 상당히 큰 선방도 있고 암자라고 하기에는 넘치게 큰 절이었다. 선계에 든 듯한 청정함과 빼어난 경치에 매료된 우리는 따뜻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절에서는 그 당시에 드물게 이미 방안에 양변기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다. 뜰에는 곶감을 한창 건조 시키는 중이었는데 젊은 스님이 먹어도 좋다고 하여 우리는 그 달콤한 곶감 여러 개를 황송하게 받아먹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아주 행복한 여가를 즐기다가 돌아올 시간이 되니 미련이 많이 남았다. 이렇게 좋은 절의 어른은 어떤 분인가 궁금하였다. 
젊은 스님에게 주지 스님을 뵙고 싶다고 하니 지금 안 계시고 서울에 가셨다고 하였다. 그러면 서울에 가시면 어디에 계시느냐고 하니 궁동 원각사에 계신다고 하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바로 등잔 밑이 아닌가. 
대자암 문정영 스님은 매달 초하룻날 공주 그 먼 곳에서 원각사까지 오셔서 법문하신다는 것이다. 이 스님의 법문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와룡산 원각사를 찾게 되었다. 원각사는 매봉산 아래에 사는 내가 걸어서도 한 시간이면 족하고 자동차로는 이십 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었다. 원각사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 표지가 설치된 도로에 들어서면 멀리서 높이 서 있는 미륵불이 손짓하고 있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울시내에 마음 푸근하게 안길 수 있는 청정도량이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이야…. 
그 후 왕복 네 시간씩 걸려야만 다닐 수 있던 삼각산 불광사를 다니지 않고 원각사를 택하게 되었다. 
키가 작은 팔십 고개를 넘어선 스님이 새벽길을 달려오셔서 여러 대중을 위해서 자비롭게 법문을 설하시니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노스님의 법문에 귀가 트이려할 즈음에 안타깝게도 문정영 스님은 2007년 12월 24일 법랍 66년, 세수 85세로 입적하셨다. 
미륵불이 우뚝 서서 사바세계 풍진세상의 괴로움을 다 껴안아 주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 내가 처음 원각사에 들어서던 당시 주지 스님은 지금은 오류동 여래사를 여신 혜린 스님이었다. 그 후 몇 분의 스님이 오가시더니 오 년 전 부터 학승 법운 (김춘식) 주지 스님이 좋은 법문을 설하시고 계신다. 
내 마음이 내키면 절을 찾는 정도인 나에게 엊그제 신도회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6일 해인사 지관 큰 스님 다비식에 함께 가자는 전화였다. 
나는 곧바로 ‘예, 가겠습니다.’라고 쾌히 응답하였다. 평소 단아한 자태에 잔잔한 리더십으로 4,000여 신도를 이끌고 있는 분이라 내심으로 존경해온 터였다. 새벽 4시에 구로여자정보고등학교 앞에서 버스가 기다린다고 함께 참석하자고 권유를 받은 것이다. 
2012년 1월 2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경국사에서 법랍 66년, 세수 80세로 입적한 지관 스님의 영결식이 1월 6일 해인사에서 종단장(宗團葬)으로 봉행 된다는 것이다. 
원각사 아랫마을에 있는 구로여자정보고등학교 앞에 도착하니 버스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안에 모두 스물여섯 분이 오르자 버스는 해인사를 향해서 어둠을 헤치며 달리고 있었다. 엄동설한 새벽에 버스를 타고 달리니 가슴이 경건한 감동으로 출렁인다. 일면식도 없는 지관 스님과 나는 어떤 인연이 있을까? 
원각사에 적을 둔 덕으로 이 버스에 동승하게 되었으니 그러고 보니 원각사와의 인연이 매우 큰 것이다. 수년째 다니는 원각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워 원각사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침 버스에 함께 동승한 주지 스님과 신도회장으로부터 버스를 타고 해인사에 가는 동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1966년 문경에서 오 남매를 데리고 상경한 정원허(정동규) 스님이 권준안씨의 소유 300평을 희사 받아 지금의 절터에 법당을 지어 원각사가 창건되었다. 초창기에는 요사채를 여러 채 지어 고시생이 하숙도 하고 병약자들이 와서 요양도 하였다. 1981년 11월 25일 정원허 스님이 환갑을 겨우 지나고 갑자기 입적, 그 자녀가 사찰을 매각하고 떠난 이후 언젠가 정부의 무허가 건축단속법에 따라서 어지럽던 요사채는 정리되었다. 그 후 조계종계의 스님들이 오셔서 와룡산 원각사 주지는 대처승으로 시작해서 비구승이 계승하게 되었다. 
정원허 스님 생존 시에 초기 신도회장으로서 원각사 창건과 발전에 크게 기여를 하던 권준안씨는 97세의 수를 누리고 2010년 12월에 별세하였다. 지금은 그 며느리 되는 실상화보살이 신도 회장을 오래전부터 맡아오고 있다. 
지금의 김법운 스님이 오신 후 창건 당시에 있던 미륵불이 오랜 세월에 그 존상(尊像)이 풍우로 전면이 훼손되고 파손되어 신도들에게 권선문을 발표하였다. 그 후 일 년여 만에 전북 익산 황등면에서 나는 황등석으로 새로 미륵불을 재조성하여 2010년 11월 30일 준공 후 점안식을 가졌다. 
원각사 법당은 남향 쪽을 향하여 자비를 구하고 미륵불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어 희망을 상징하며 고통스러운 세상의 안식처 역활을 하고 있다. 현재 일만 평에 가까운 대지를 소유하고 있는 원각사가 도시공원지역으로 묶여 있어 4,000여 신도와 주지스님은 사찰의 면모를 제대로 갖출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많은 신도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창건당시의 비좁은 법당은 애로가 크다. 큰 법회가 열릴 때마다 바깥뜰과 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법문을 듣는다. 나도 법회 있는 날이면 언제나 조마조마한 가슴앓이를 한다. 아주 일찍 가지 않으면 법당에 들어앉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o:p></o:p> 
버스는 세 번 휴게소에서 쉬고 여덟시 반이 되어서 해인사에 도착하였다. 엊그제 내린 눈이 그린 동양화, 그 청정하고 경건한 풍경속에서 스님의 왕생극락을 염원하는 하얀 등롱이 줄지어 해인사 일주문 앞에서 우리를 맞이하였다. 
지관 스님 영정이 안치된 보경당 분향소에서 새벽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스님과 불자들의 꽃과 향공양을 받았는데 좌측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국무총리 화환이, 우측에는 종단대표 화환이 있었다. 우리도 보경당 안으로 들어가 흰국화 꽃공양을 하며 삼배를 올렸다. 이렇게 훌륭한 분을 생전에는 인연이 없었고 이세상 저세상 사이에서의 조우(遭遇)라니…. 
오전 11시 해인사 앞마당의 영결식에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가 추서한 금관문화훈장을 영전에 바쳤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 장관이 대독한 조사에서 ‘지관 대종사께서는 한국 불교의 유구한 법맥을 이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 학승이자 율사였다’라고 하였다. 
영결식을 마치고 법구를 따라 불자들은 수많은 만장을 펄럭이며 12시 30분 출발 오후 1시 30분에 연화대 다비장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지관스님의 법구는 불자들이 엄숙히 지켜보는 가운데에 검은 연기를 뿜어내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였다. 그 불길을 마저 다 보지 못하고 우리는 귀로에 오르면서 각자 상념에 잠겼다. 
나는 돌아오면서 지관스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임종게(臨終偈)를 음미하며 정말 입적을 예견하고 그렇게 명징하게 표현한 시(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o:p></o:p> 
  <o:p></o:p> 
  <o:p></o:p> 
—사세(辭世)를 앞두고 
   
무상한 육신으로 연꽃을 사바에 피우고 
허깨비 빈 몸으로 법신을 적멸에 드러내네. 
팔십년 전에는 그가 바로 나이더니 
팔십년 후에는 내가 바로 그이로다. 
  <o:p></o:p> 
無常肉身 開蓮花於娑婆 
幻化空身 顯法身於寂滅 
八十年前 渠是我 
八十年後 我是渠 
 
二千十一年 九月, 智冠 識 
   
   
지관 스님 약력 
본명 이지관(李智冠), 법명 지관, 법호 가산(伽山) 
1932년 음력 5월11일 경북포항시 청하면 유계리 출생 
1947년 해인사 자운대율사를 은사로 출가 
47년 사미계, 53년 비구계 받다. 
해인강원졸업, 76년 동국대 박사학위 취득 
2004년 종단 최고 품계 대종사 법계 품수 
해인총림에서 강주 및 주지 
1970년 이후 20여 년간 동국대 교수, 불교대학장, 교육대학원장, 
정각원장, 총장 역임 
종립교육도량의 현대적 진흥 및 후학양성, 교육행정에 헌신 
저서:《남북율장비교연구》등 4권의 계율저서를 통해 율장 및 교단사 연구로 승단운영의 이론적 토대 마련 
《가산불교대사림》(세계최고최대의 불교사전을 편찬, 현재 12권 발간, 나머지 원고 거의 완성단계로 마지막 윤문과 출판과정만 남겨놓았다.) 
《교감역주 역대고승비문》전6권, 《가야산 해인사지》 
2001년 정부 은관문화훈장, 종단 포교대상, 만해학술대상 
2005년 제32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2012년 1월2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경국사에서 법랍 66년, 세수 80세로 입적 
   
   
  <o:p></o:p> 
민문자 약력 
 
민문자 수필가·시인△충북 청주 출생(1944)△《한국수필》수필(2003),《서울문학》詩(2004) 등단△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 우리시회 회원, 한국수필작가회 회원. 
△한국낭송문예협회특별회원△실버넷뉴스 문화예술관장△부부시집『반려자』,『꽃바람』△수필집『인생의 등불』 
△서재 mmj.dreamsear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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