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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삶의 바닥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2157 등록일: 2010-10-20
삶의 바닥
 
그는 간질을 앓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 간질을 앓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 때문에 많은 고통을 동반하고 있었다
수시로 얼굴이 깨어진 채 상처투성이였다
늘 우울해 보였다
어느 날에는 술에 취해 돌아다녔다
그런 그를 볼 때마다 나는 마음이 아파서 물어보곤 했다
얼굴이 왜 그렇게 되었느냐고
그러면서 나는 그가 술을 먹고 어디선가 틀림없이
넘어지는 바람에 다쳤으리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언제나 내 마음조차 비참하게 만들었다
오늘 오토바이를 타고 자장면 배달하던 중 발작을 했다는 것이었다
간질이 있어 가끔 아니 시도때도없이 예고 없이 그렇게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나는 무척이나 놀라서 반문했다
"그런데 어떻게 오토바이를 타고 자장면 배달을 해"
그는 금방 울듯이 얼굴로 말했다
"주인한테는 간질이 있다는 사실을 말 안 했지
주인이 알면 안 써줘요"
나는 의아했다
생계비가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 생계비 나오잖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금방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 돈 가지고는 생활이 되지 않아요. 이것도 동사무소에서 일한다고 알면
국민기초생활수급자대상자에서 잘려요"
나는 기가 막혔다
"왜"
"국민기초생활수급자는 일하면 안 된대요"
나는 말했다
"그거야 아는데 너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발작을 일으켜 사고 날지 모르는데 어쩌려고 그래
큰 도로를 달리다가 발작 일으키면 뒤에 따라오는 차에 너는
깔려 죽어 이 사람아."
그는 말이 없었다
표정이 무척 답답하고 암담했다
"알아요. 그래도 어떻게 해요 생활을 해야 하는데
남한테 손 벌리는 싫고 방세 주고 휴대전화 요금 내고
아는 사람들 만나면 얻어먹는 것도 한두 번이지 언제나
얻어먹을 수는 없잖아요"
그의 말이 맞았다
장애수당을 포함하여 40만 원 남짓으로 한 달을 살아가면서
빚 갚고 방세 내고
용돈 쓰고 사람 만나고 하다 보면 부족하지 싶었다
너무나 안타깝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 위험한 간질을 앓으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자장면 배달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니 사고가 나는 바람에 그만두기는
했지만 수시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간질이 발작해서 그대로 굴러떨어져
얼굴을 깔아 상처가 나고 병원으로 실려가 치료받고 나면 치료비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허다하다고 했다
한 달에 그렇게 나가는 치료비만도 몇십만 원을 넘기고 있었다
부모. 형제도 없어 보살펴주는 사람이 없어
방에서 발작해서 혼절한 채 그 누가 들여다보지도 않는
골방에서 사흘 동안 죽었다 살아난 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저러다 혼자 죽어도 아무도 모르고 시체가 방에서 썩겠다 싶었다
거기다 간질이라는 것을 알고 받아주는 직장은 아무 데도 없고
도움의 손길이 전혀 없었다
결국 술을 찾는 이유가 되고 그것이 인생이 되고 있었다
한 번은 스스로 걱정이 되었던지 누구의 소개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도 했다
그나마 처음에는 무료라고 해서 주소까지 병원으로 다 옮겨놓고
입원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수급비를 병원에서 병원비로 받아
챙기고 있었다고 했다
지금 현재는 추석 때 간질이 발작하는 바람에 넘어지면서 오른쪽 팔을
냉장고에 부딪혔는데 힘을 못 쓰겠다며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현재 물리치료를 받고 좀 좋아졌다며 제법 수저를 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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