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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간첩신고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265 등록일: 2010-10-18
간첩신고
 
국민학교 시절 지금으로 말하면 초등학교 시절
그때 당시 저수지 둑이나 먼지가 뿌연 도롯가에나
지서 앞이나 뭐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장 많았던 것이
간첩신고는 113, 자수하여 광명 찾자, 너도나도 간첩신고
간첩신고 100만 원. 이런 표어 혹은 표지판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학교에 가면 중간놀이 시간이나 반공교육 시간이면
전교생을 모아놓고 간첩신고 요령이나 간첩식별 방법에 대해서
누차에 걸려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중에서 지금도 내 기억에 남는 것은 거동으로 보나
행색으로나 보나 이 사람은 틀림없이 간첩이 틀림없는데
어떻게 식별하는가 하는 방법 중에 그 사람 앞에서 김일성이나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몹시 기분 나쁘게 이야기하면서 웃고 떠들라
그 사람이 틀림없는 간첩이라면 벌써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표정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변하거나 아니면 이에 상응하는
무슨 말이나 행동을 돌발적으로 할 것이다.
그러면 바로 지서에나
113으로 신고해라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이었습니다
새벽 5시만 되어도 환했습니다
시간은 새벽 5시를 지나 6시쯤 되었을 겁니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워낙 싸돌아다녔습니다
산이고 들이고 시냇가이고 가리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뛰어다녔고
시간과 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이날도 동네 친구 선후배들과 어울려 새벽 댓바람을 맞으며
아침운동 한다고 금산군과 그 당시 대덕 군(지금의 대전광역시)가 마주하고 있는
추부터널까지 대여섯 명이 뛰곤 했었습니다
갈 때는 뛰어갔다. 올 때는 서로 어울려 웃기는 이야기도 하고
오늘은 아침 먹고 수영하러 어디로 갈까.
아니면 오늘 비상소집 일 아니야
방학숙제 얼마나 했어.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오곤 했습니다
한 참을 그렇게 도로를 따라 거닐어 오는데
어떤 아저씨가 새벽에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덩치는 크고 등산복 차림에
등산화를 신고 큰 등산용 가방을 메고 수건을 목에 두르고 내려왔습니다
순간 우리에 눈은 빛이 났습니다
내가 말했습니다
"간첩이야 틀림없어 어제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하셨잖아
새벽에 일찍 산에서 가방을 메고 내려오면 간첩이라고"
우리는 그 아저씨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신고했는데 간첩이 아니면"
이 말에 나는 목청껏 김일성이 어쩌고저쩌고 큰 소리로
욕을 했습니다
아니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합창하듯 하면서
아저씨 눈치를 보니 주먹을 불끈 쥐면서 귀신 씻나락 까먹는지
뭐라고 뭐라고 하더니 얼굴빛이 붉어졌습니다
순간 나는 지서를 향해 뛰기 시작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옆에서 아저씨를 따라붙었습니다
헐레벌떡 지서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순경 아저씨를 보고
"간첩이요. 간첩"
하고 말했고 놀란 순경 아저씨는 "어디야. 어디"
놀라서 고함을 질렀습니다
순경 아저씨는 정신없이 밖으로 뛰면서
오토바이에 시동을 켜고는 "꼬마야 뒤에 타"
나는 오토바이 뒤에서 신이 나서 "순경 아저씨 태봉으로요"
하고 소리쳤습니다
드디어 현장에 도착했고 순경 아저씨는 잠시 머뭇거리며
행색을 살피더니 다가가서 가방을 보여달라고 하면서 조금 뒤지는가 싶더니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휑하니 그냥 가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소리쳤습니다
"틀림없이 간첩인데 저 순경 아저씨가 겁나니까 도망가는 거야"
아무튼 그렇게 일단락되었는데 그날 밤부터 꼭 그 아저씨가
자신이 간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를 죽이러 오리라는
엉뚱한 생각에 잠자리에 몽둥이를 갖다 놓고 한숨도 못 잤습니다
이렇게 불면의 날들은 오늘은 이 친구네 집에 가서 자고
내일은 저 친구네 집에 가서 자고 불안해서 잠자리를 옮겨가며
근 2개월을 보냈었던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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