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海月정선규
동네 어귀 비좁은 골목의 작은 전봇대
전선이 빨랫줄처럼 낫게 걸렸는데
굴착기는 얼마나 큰 집 한 채를 잡았는지
그 많은 흙먼지에 지나가는 사람의 검은 머리에는
희뿌연 회칠에 놀라 코를 막고 뛰어버린다.
뿌리는 물에 온통 젖어 뒤범벅되어 질척대는
흙먼지를 바가지로 긁어 회칠한 무덤처럼
쌓아 놓은 것을 보니
불끈 내 어머니 생각이 떠오른다.
빨간 바가지에 밥 한 주걱 푹 떠서 얹고
막 날아갈 듯 싱싱하게 들떠 있는 산나물에
빨간 고추장 넣고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맛깔스러운 비빔밥에 내 목구멍은 회칠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