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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침묵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049 등록일: 2013-07-23

침묵

海月정선규

 

자리에 누웠다. 조용히 잠이 밀려온다.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마냥 그렇게 밀려온다. 눈만 뜨면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저 막연하게 떠오르며 장래의 일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지쳐서 그런지 내 마음의 평화인지 하루의 고단함을 그대로 끌어안은 채 죽음을 예견하는 자태를 드러내는 대로 무아지경으로 빠져들 듯하다가도 주머니 속의 손 전화를 잃어버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번듯하게 일어난다. 세상은 어지러워 현기증이 날 정도로 시끄러워지고 사람은 점점 살기 팍팍해지기만 한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인간으로서 살아야만 하는 권리를 가지고 세상의 원자가 되고 분자가 되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모양의 표정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세상에서 누가 내 속 사정을 알아 살펴주고 마땅히 있어야 할 것으로 채워주며 때와 시절을 따라 시냇가의 나무처럼 과실을 맺으며 세상에서 선별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 이런저런 생각에 이끌려가다 보니 누군가 내 삶을 해설하고 있지는 않나. 별 싱거운 마음을 다 품게 된다. 나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누워 성경책을 본다.

하루에 다섯 장씩 읽어서 일 년에 한 번 다독 하는 것이 내 목표이면서 목적이다. 성경을 다 다섯 장을 다 읽고 나면 광순이가 퇴원하면서 주고 간 간 손전화도 아니고 무선 인터넷이 되는 삼성 갤럭시 플레이어를 노트북처럼 만지작거리며 떠오르는 시상에 이끌려서 메모하거나 페이스북 페이지와 카페 블로그, 카카오톡, 이메일 확인과 관리에 답장을 훑어보고 내 사랑 하는 당신을 고이고이 접어 남몰래 슬쩍 담아놓는다. 어떻게 보면 두루두루 정말 재미 좋다.

이제 저녁 식사도 먹었겠다, 배는 부르겠다. 이제 남은 것은 모든 일상의 모습을 다림질하듯 당기면 평온하게 서서히 잠에 취해보고자 애를 쓴다. 온종일 시상을 떠올리고 신의 문학, 신의 문법에 수필에 블로그 관리와 페이지 관리와 갖가지 문학정보에 작품공모 정보 그리고 가만히 누워서 일상을 곱씹으며 소재를 떠올리거나 국어사전 언어사전을 검색하면서 시어를 낚아 메모한다. 그러다가 이제 자야지 눈을 감기는 생떼를 쓰며 군대 거지처럼 밀려오는 탓에 내 표정은 점점 잠에 취한 듯 우울하다. 꼭 새치름해 보이는 것이 무슨 일에 삐친 듯 오해받기에 십상이다.

오늘도 자리에 일찍 눕지만 벌써 생각은 달라진다. 바다를 생각하고 산소가 출렁이는 바람의 파도가 밀려오는 어머니 자궁 같은 아늑한 방 분위기에 잠잠히 누워 있다는 마음에 어느새 피로는 산산이 부서지고 온몸은 칠흑 같이 쏟아지는 졸음을 퍼 올려 당겨 놓고 누군가 다른 주인이 와서 물 항아리에 담아가기만을 기다린다. 결국. 잠은 온데간데없고 덩그러니 누워 볼 것 없는 텔레비전을 마주하노라면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든다. 이상하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속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잠이구나. 피곤하다. 자야지. 일찍 일어나야지 서둘러가는 내 속을 언제 그렇게 다 꿰뚫었는지. 귀신같이 불면의 밤은 나타나서는 막무가내로 남의 잠에 기분 나쁘게 소금 뿌린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른대로 하라고 했다고 나와 잠은 담장 하나 사이의 동서가 되어 주고받는 깊은 감흥에 말려들고 말았다. 상상이랄까. 밑그림을 마음에 그린다고나 할까. 세상 짐은 나 홀로 짊어진 양 생각의 질량은 누룩처럼 부풀어 오르고 온통 잡생각만 새치름하게 커질수록 왠지 마음만 착잡하게 다가온다. 그래 이왕에 잠 못 잘 바에는 당하지 말고 이겨라. 이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지혜를 찾자. 뺀질뺀질 뭔가 하기 싫어 어떻게든 시간만 보내놓고 보자는 심리를 담아내듯 이리저리 뭉기적뭉기적 거리다가 일순간 이게 아니다 싶은 마음에 정신을 차려입고 자세를 다시 가다듬어 천정을 향하여 아주 반듯하게 누워서는 떠오르는 성경 말씀 고린도전서 9절에서 12절까지 말씀을 소여물을 씹어 삼키는 듯 자꾸만 씹고 또 씹어 곱씹는다.

오직 하나님이 성령으로 이것을 우리에게 보이셨으니 성령은 모든 것 곧 하나님의 깊은 것까지도 통달하시느니라.

성령은 모든 것 곧 하나님의 깊은 것까지도 통달하시느니라. 이것이 뭘까? 무슨 뜻일까? 차라리 내 속을 성령을 통하여 하나님께 보여드렸으면. 왜 성령은 하나님의 깊은 것까지도 통달하면서 내 속 사정은 통달하지 못할까? 내가 성령은 받지 못했거나 소멸시킨 것은 아닐까? 내 삶은 큰 문제이다. 혼자 다 짊어지고 책임지며 힘들고 고달프게 미련하고도 스스로 힘들게 살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나의 힘과 능력은 아주 작은 것이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국경을 넘어선다면 결국 나는 실패와 낭패를 당하여 지치고 쓰러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은 매우 자명한 사실이다. 성령은 모든 것 곧 하나님의 깊은 것까지도 통달하신다. “나의 하나님! 나의 아버지 성령으로 이것이라니요.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셨으며 또 하나님의 깊은 것은 무엇인가요?” 오직 말씀에 씨름하려 정신 집중하려다가 안 되겠다. 말씀을 보자. 오늘은 묵상보다는 말씀을 더 보자. 하나님과의 교통하는 방법을 바꾸어보자. 감동이 온다. 얼른 조정희 간호사가 내게 향기 나는 선물로 준 성경을 찾는다. 고린도전서 29절 말씀이 한 눈에 쏙 들어온다. 9- 기록된바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 생각하지도 못하였다 함과 같으니라. 이렇게 아주 부드러운 연결이 이루어진다. 정리하면 이렇다.

12-우리가 세상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에게서 온 영을 받았으니 이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로 주신 것들을 알게 하려 하심이라. 정말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사람의 일을 속에 있는 내 영 외에 정말 누가 알며 알고 있을까? 그래 나는 지금까지 몰랐다. 하나님의 속사정은 전혀 생각하지도 알려 하지도 않고 그냥 내 사정만 알아달라고 때로는 하나님께 하소연만 할 줄 알았는가 하면 그저 헛된 원망도 하면서 하나님의 깊은 것까지는 성령을 통하여 알고자 하지 않았으며 또한 하나님께 보여 달라거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보혜사 성령이 있어야 함을 깨달았다. 그가 즉 성령이 중보자로써 하나님의 속사정을 내게 보여줄 때 나는 내게 마땅히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를 알고 그것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성령을 받아야만 알 수 있는 일들이다. 성령의 도우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비로소 나는 내 속사정에 밝아지는 은혜를 받았다. 이렇게 하나님의 마음과 합해지는 길이 열리는구나. 매우 기뻤다. 이때를 위해 조정희 간호사를 통해 말씀을 네게 주셨음과 내 사랑을 깨달으며 감사하여 아주 감사하여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 있구나. 나는 미친 척하고 씩 웃었다. 지금까지는 문학과 문법적인 것을 발견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는데 그 또한 임마누엘의 하나님이 세상 끝날까지 나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께 아뢰고 응답받아 은혜로 이루어야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사랑을 버리고 남을 올라타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피 흘리는데 빨라져 가고 있다.

이런 세상이라. 잠자리에서 누울 때마다 잠을 청할 때마다 떠올리고 또 떠올려 놓고 험한 세상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없는 자의 것을 빼앗아 있는 자에게 주어 있는 자만 살아남게 될 일이 멀지 않았다. 사람이 하루에 오만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하는데 이제 이것도 옛말이 되었다. 오직 너와 나 할 것 없이 어떻게 하면 이 세상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 가지의 생각에 온 마음과 생각을 빼앗긴 채 사랑은 점점 더 짧게 식어만 갈 것이다. 어떤 사람을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삶이 달라진다고 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을 만나 영접한 일에 대하여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고 자부한다. 마음과 뜻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다운 사람으로서 살아갈 기회마저도 놓쳐버린 인류의 삶이야말로 앞으로 가장 큰 재앙이 될 것이다. 평온하다. 마음이 평온하니 계절은 봄이고 스치는 바람은 홀가분하며 표정은 미소가 새어나오고 마치 온 누리가 평평한 대지가 된 듯 흔들림이 없이 잔잔하다. 따사로운 봄 날씨는 온유한 성품과 같고 날아가는 성령의 비둘기 같다. 믿음의 서정이 생긴다. 평안한 마음에서 불러오는 마음과 생각에서 비추어 나오는 다르게 보이는 세상을 발견한다. 역시 모든 것이 성령 안에서 주시는 은혜로 이루어진다는 진리 앞에 그저 머리가 숙연해진다. 사람이 너무 힘들어도 잠이 안 오지만 매우 기뻐도 잠이 오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내 눈이 밝아진 것일까?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잊을 수 없는 사람, 그 사람한테 평생을 고맙게 여긴다. 내가 잘 나고 다 잘 되는 것 같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사람을 통하여 깊은 하나님의 속사정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둘이 하나의 마음으로 합하여 갈 그 날의 동행이 있기에 함께 할 사람이라는 것에 아주 기뻐서 한 번 바라볼 것도 자꾸 두 번, 세 번, 맞물리게 바라보다가 기뻐함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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