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모르는 밤에
海月정선규
중얼중얼 새알 헤아리는 비가 내린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생명의 코끝에서 주저리주저리
은방울 맺었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귀전에 이명처럼 들린다
누나는 묵은 지와 부추를 쏭알쏭알 썰어넣어 부침개를 붙여주곤 했는데
밀가루 반죽 그릇 처마 끝에서 참깨 밭에서 시집 온 참기름을 보는 순간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설사약 먹고 희멀겋게 토악질 하여 묽게 떨어지는 것이
변 사또 수청을 거부한 성 춘향 이 절개에 엎드려 묶인 형틀에서 어떻게 하면 덜 맞을까
어떻게 하면 덜 아프게 맞을까 요리조리 요령 돌려가며 볼기짝을 대어 주는데
그래도 성한 곳 한 군데 없이 쩍쩍 떨어지는 매는 살쩍에 달라붙어 구워졌던
부침개 생각에 마음이 곤하건만
부질없이 오늘 밤
잠 못 이루어 거닐어가다가
어느덧 내 발길은 영주 서천을 밟았다
컴컴한 다리 위로 자동차가 지날 때마다 다리는 검둥개가 되어 컹컹 짖어대고
도도하게 흐르는 서천의 물결에 가로등은 밝고 깨끗하게 씻어내는 빛으로 한창이다
검은 서천은 칠흑에 굵은 빗살무늬 토기를 빚어내고 있다가
지그시 두 눈을 감아 자는데 참 이상하다
물은 돌돌돌 흘러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