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海月정선규
산 정상에서 밑으로 가로질러 가는 길이 보인다
때 묻은 빨래가 들어간 세탁기에 툴툴 돌아가는 빨랫물을
요리조리 더럽게 휘저어 굽이치는 물살을 풀어
어느 하수구에 버릴까 싶다마는
휘적휘적 반지름 돌아 어찌 보면 모퉁일 돌에서 꺾어질 듯
사그라질 듯하다가 아니 방황 좀 하다가 고운 밀가루 입자가 되어
아름답게 빚어진 내 사랑하는 아내의 종아리가 눈부신데
아주 매끈매끈하게 잘 닦긴 회초리에서 알토란 하게
관능미만 빼곡히 발라내어 내 눈에 콩깍지를 씌웠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발길에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