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海月정선규
30도의 온도에 한낮은 더위에 견디다 못해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밑에 깔려 펑퍼짐하게 퍼진
더위 결은 뽑힌 닭털처럼 날아들어 밀물의 파도가 되어
물끄러미 골목길을 열쇠가 자물통을 지나듯
골목길을 마디마디 더운 마디마다
굳게 닫혀버린 채 뜨거운 체온에 녹아내리는
더위의 원자가 되어 길모퉁이를 살짝 돌아서는가 싶더니
가물가물 넌지시 들림 받는 열기에 사뿐히 불마를 타고
세상을 창으로 내다보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얼마나 환상적인 꿈인지 세상과 동행하다가
바람과 함께 들림 받아 사라졌으니 아쉬움 반 설렘의 반에
나는 언제 바람과 함께 사라지나 싶은 마음에 달팽이가 다 되었는지
지금도 내 달팽이관으로 또르르 말아 들어가는 휘파람 소리에 귀가 간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