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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못 사오다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312 등록일: 2010-10-12
못 사오다

아버지가 집수리하는 날 아들에게 철물점에 가서 못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1시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제나저제나 눈 빠지게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는데 드디어 아들이 도착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향해 손을 벌렸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손바닥에
돈을 내려놓는 것이었습니다
못인 줄 알고 돈을 받았던 아버지는
황당해서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야 못 사오라고 보냈더니 왜 너 그냥 왔어."
멍하게 서 있던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못 사왔어요"
아버지는 더 황당했습니다
"뭐가 어쩌고 저째 못 사오라고 했더니
그냥 와서는 못 사왔다고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왜 하고 있어."
호통을 쳤습니다
아주 침착한 목소리로 아들은 말했습니다
"아버지 그러니까 제 말을 끝까지 다 들어보세요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고 하지 않아요
길 건너 철물점에 못 사러 갔는데 문을 닫았더라고요
그래서 못 사왔어요"
아버지는 아들에게 무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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