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 달
海月 정선규
창 밖을 보니
솜 바탕 위에 누가 실눈으로
아이콘을 띄웠는지 바람이 클릭한다
보고 또 보고 외워봐도
이것은 우리 부부 찻잔의 고리를 살려놓은 것이다
단아하면서 아담하고도 소담한 아내의 손가락을 본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동안 얼마나 더 예뻐졌을까
오늘도 당신은 커피 한잔을 마시는가보다
언제나 포근한 사랑의 금줄을 손가락 쪽달에 그어놓고
주방에서 라면을 끓이다가 얼핏 살갗에 불꽃이 닿으면
소녀처럼 앗 뜨거워 얼른 두 손으로 귓불을 잡아당긴다
그리고 잔잔한 입가에 심히 보기 좋은 쪽달에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 같은 미소를 분양한다
참 생각하면 할수록 두고 보기에도 아까운 아내의 손톱을
정말 내가 언제 잘라주었는지 이제 기억조차 비었다
이렇듯 곰 살고 살 삭히는 사랑에 당신 눈썹은 빙긋이 생색을 내고
아내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밤하늘 저 풀밭에 보화를 이슬에 맺혀놓고
밤이면 밤마다 밭으로 나가 보화를 따는 사내가 된다
이 밤에도 물이 바다 덮으면 같이 떠올랐을 쪽달에
내 미소의 시위를 쫄깃하게 당겨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