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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신호등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249 등록일: 2013-04-30

 

신호등

 

海月 정선규

 

꽃동산 6거리를 가노라면 나는 바보가 된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도 샌다고

글쎄 대전에 있는 신호등이 경북 영주시

꽃동산 로터리 6갈래에 있을까 싶어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자동차에 두 눈을 질끔 감고

신호등 없는 하얀 다리에서 넌지시 눈칫밥에 모금아, 든다


신호등의 30초의 시간의 틈바구니 마음의 주차장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나온다

모르긴 몰라도 담배 연기는 모굴 모굴 주둥이 속에서

눈뜬장님으로 이리 쿵 저리 쿵 벽에 부딪히며 많이 찌그러들었을 텐데

너무 멀쩡하다


말하자면 30초의 접촉 사고는 하나의 하얀 도넛을 구워 나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네 입안 담배 연기가 오롯이 회전의자를 빌려 빙글빙글 돌다가

어지러워지면 어쩔 수 없이 탈출하는 비상구가 되어 나와 그대로 바람의 바다에

뿌려지는 육체의 끗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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