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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
마누라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088 등록일: 2013-04-26

마누라


海月 정선규




마누라, 마누라, 내 어릴 적부터 귀가 아프게 아버지한테 들으면서 자랐다.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몰랐다.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그저 그렇게 자라고 나이를 먹으면서 아버지가 엄마한테 마누라 하는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어느 날 예기치도 않는 아저씨를 만났는데 난데없이 물어온다. “야 마누라, 마누라 하지마. 듣는 마누라 기분 나빠. 마누라면 네 아버지 마누라지 네 마누라야.” 나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괜히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난리야 누가 물어봤어.” 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한다. “! 그것도 모르고 마누라, 마누라 하느냐. 마주 보고 누우라. 그게 마누라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렸다. 나는 속으로 그래서 나보고 뭘 어떡하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추부중학교 아무도 없는 그 벤치에 측은하게 앉아 곱씹고 곱씹었다. 마누라, 마누라 마주 보고 누우라.” 그렇게 얼마를 곱씹었을까? 일단 한 가지 해답이 나왔다. 마주 보고 누우라. 의 준말이 마누라라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미묘해져만 갔다. 마주 보고 누우라, 마주 보고 누우라, 왜 우리 엄마는 아버지를 마주 보고 누울까? 그런데 내 운 때가 맞았는지 아니면 하늘이 준 기회인지 한 남자가 나타났으니 한 술 더 뜬다. “선규야! 너 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 순간 나는 그저 멍했다. 그리고 그 친구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다. “그것도 몰라.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남자와 여자가 몸을 섞으면 된대.”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역사는 낮에만 일어나지 밤에 일어나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해가 안 간다는 투로 그 친구를 계속 쳐다보자. “못 믿겠으면 네 엄마한테 물어봐라.” 정말이지 첩첩산중에 나 혼자 들어와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뭐라고 내가 우리 엄마, 아버지 살을 섞어서 태어났다고? 정말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았다. 왜 나는 우리 엄마, 아버지가 서로 살을 섞고 있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까. 아무튼, 그 후로 이 일을 까마득히 잊고 그저 초등학교 어린아이로 살았다. 그런데 사춘기를 지나면서 여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고 너무 알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사랑, 사랑이 무엇일까? 사랑은 꼭 남자와 여자가 해야 할까? 그런데 일은 터졌다. 우리 엄마와 아버지가 싸우는데 아버지가 엄마를 손찌검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의문이 들었다. “저게 사랑이야. 그 살을 섞는 것인지 썩히는 것인지 하는 거야.” 참 미쳐버릴 것만 같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아니 뭐 마누라의 뜻이 마주 보고 누우라고. 누가 얻어맞으려고 마주 보고 누우래 미쳤지.” 참 어른들이란 알 수 없는 존재였다. 한 가지 알아서 더하고 또 한 가지 알아서 더하면 끝이 없다. 언제나 어른들은 나에게 미지수일 뿐이었다. 또 그렇게 세월은 흘러만 갔다. 하지만 사랑에 대하여는 언제나 풀릴 줄 몰랐다. 그런데 언젠가 성경을 보니 가정과 교회는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며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한 번 결혼하면 다시 둘로 나눌 수 없다는 뜻인데 이 비밀을 누가 알겠느냐고도 성경은 말씀하고 있었다. 참 신비로운 현상이다. 이게 뭘까? 나도 얼마든지 남들한테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사람들은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느냐. 그냥 좋으니까 사랑이지 말한다. 그래 아무 조건 없이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는 것이지 싶으나 그렇다고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할지는 모른다.

요즘 젊은이들 식으로 이유 없이 좋아서 헤어지기 싫으니까. 같이 있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모텔에 들어가서 뼈와 살이 타는 밤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보수적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사랑한다고 해놓고 나중에 사랑이 식었네.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를 사랑한다면서. 그래서 말인데 나는 이유 없이 그 사람이 좋아서 웃으며 바라본다. 보이지 않지만 보기에도 아까운 당신으로 바라만 보아도 좋은 것을 어떻게 하라고. 그저 서로 바라보면서 눈에 안 보이면 궁금해지고 보고 싶어지고 알고 싶어지는 소꿉장난 같은 노릇에 반짝반짝 감질이 나는 그 기쁨으로 살아간다. 바람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듯이 그렇게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부드럽게 마음에 보화처럼 숨겨놓고 아무도 몰래 보고 싶을 때마다 내 마음을 열어 들여다보고는 얼른 다시 서랍처럼 닫아버린다. 이 기쁨을 아는가? 그 사람에 소중함을 더하고 보고 싶고 궁금하고 알고 싶은 내 마음을 더해놓고 이게 내 사랑이구나 가슴이 뿌듯하게 미끄러져 올라오는 환희의 기쁨은 너무 눈이 부셔 바라볼 수조차 없다. 그러면서 그 사람을 이렇게도 그려보고 저렇게도 그려보고 요리조리 구체화 시켜나가는 그 재미에 흠뻑 빠지고 만다. 그리고 아쉬움의 끝으로 여보세요 한마디 해준다. 그리고는 씩 웃어 보인다. 그리고는 지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즐긴다. 이게 마법인가? 사랑인가? 포근하고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낸다. 이런 맛에 마누라 하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마법의 성은 부부간에 어떨까? 내 자아를 아내에게 사랑으로 실현하는 것 혹은 실현 시켜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랑하는 아내가 나를 마주 보고 누웠을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얼마나 안아주고 싶을까?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내 자아를 사랑으로 베풀어 아내에게 아낌없이 주는 사랑의 결정체가 다이아몬드 빛처럼 아름답게 성을 쌓는 것이 아닐까? 아내는 자기를 그윽이 사랑으로 가득한 남편의 두 눈을 보고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정말 사랑이 어디서 나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그렇게 깊이 빠질까? 이것이 정말 아름다운 사랑이라 생각한다. 나중에는 이들을 밖에서 바라보는 모든 사람에게 보기에도 절박하리만큼 정말 아깝고도 절묘하게 먹음직하게 보암직도 한 달콤한 사랑의 뒷맛으로 탐스럽게 맺혀버린 긴 여운이 되지 않을까? 합일을 꿈꾸게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가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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