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점심 한 끼 얻어먹자고 경북 예천을 다녀왔다 다리를 건너면서 예천을 가로질러 흐르는 푸는 물을 보니 속이 휜히들여다보여 들키기라도 하듯 맑았다 잔잔하게 물이 흐를 때마다 영롱한 깨알처럼 맺힌 빛이 꼭 우리 어릴 적 구슬치기하던 추억을 떠올린다 햇살이 앉은 유리구슬을 굴리면 포도알만 한빛을 담아 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듯 영롱하게 잘만 굴러갔던 구슬들 그 구슬이 여기에 다 모인 듯하여 마음이 매우 흐뭇하다 그렇기도 하면서도 강 옆으로 무성한 숲들을 마주하면서 제 그림자는 덜러덩 발가벗게 물속에 던져놓고 자신은 숲이 젖을까 몸이 무거울까 망설이느라 물가에서 서성이는 듯한 감질이 급한 내 성격을 자극하여 시원하게 떨어져 금방이라도 헤엄칠 기세라 보고 또 봐도 참, 맑다 참, 맑기만 하다. 절로 감탄이 내 입 춤으로 사위어 나오는 것이 칭얼칭얼 내리는 봄비에 흥건히 몸이 젖은 듯 중얼중얼 옹 앓이를 다 한다 햇살 아래 떠가는 보화를 캐라면 다 캐겠다 뭐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순수한 풍경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 기회에 아는 동생 한 명이 말갛게 떠오른다 어른들 말씀을 빌리자면 어디 가도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사람 남을 속일 줄도 모르고 거짓말도 못하는 사람 누가 뭐라 해도 덧붙일 줄도 모르고 빼내 줄도 모르고 주면 주는 대로 받아들고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생각 한번 해보지 않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 남이 피해 볼까 봐 무슨 일이든 자신이 먼저 나서서 하는 사람 반면에 고집이 세고 남하고 타협할 줄도 모르며 무슨 말이든지 심각하게 여길 줄도 모르고 스치는 바람으로 여기는 사람 이대로 본다면 이 얼마나 순수한가 하지만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한다고 뼈에 살이 붙고 피가 돌고 신경이 이어져 사람을 자극하듯 삶의 원리가 이야기 속에 혹은 다른 사람들의 삶 속에 배어 때로는 그것이 나에게 교훈이 되기도 하고 반성이 되기도 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잉태하여 남에게 배려하고 긍휼히 여길 줄도 아는 생각들로 나에게 전해져 거울처럼 나에게 비추어진다 말하자면 사람은 살아가면 학습을 통해 배우기도 하면서 스스로 깨닫기도 한다 그런데 순수하게 보이는 사람에게는 이런 모습이랄까 속성이랄까 성품이랄까 딱히 뭐라 꼬집어 말할 수 없는데 분명한 사실은 더해지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영혼이 맑고 깨끗한 사람에게 지식을 준다면 배워서 맑으면서도 깨끗하면서도 지식이 들어 있어 좀 더 생각할 줄 알기도 하며 그 생각이 깊어져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이렇게 사람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로 살면서 지식 위에 인내를 더하고 인내 위에 사랑을 더하고 사랑 위에 덕을 더하면서 덕스러워져서 덕 있는 사람으로 남에 사랑과 존경을 받을 텐데 정말 아깝고 안타깝기만 하다. 강가의 절경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처음부터 저 바위가 저렇게 깎이고 모퉁이를 돌아가듯 아름다운 모습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강에서 불어오는 수많은 비바람과 눈과 태풍과 많은 자연의 섭리를 절대적으로 겪으면서 저토록 보기에 좋게 잘 다듬어져서 아름다운 절경을 낳았을 것이다 순수 그 뒤에 무엇인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은 성숙하는 것이다 사람이 너무 순수하다 보니 자그마한 일에도 잘 삐치고 토라져 말도 잘 하지 않으면 어린아이처럼 달래야 그제야 씩 웃는다 그런가 하면 눈치가 없어 자신이 따라나설 자리나 비켜줄 자리나 불쑥불쑥 끼어들어 어느 나들이 한 번을 나가더라도 괜히 나가는 사람이 큰 잘못이라도 한 양 그 친구의 눈치를 살피거나 혹은 깊은 잠이 들었을 때 쥐도 새도 모르게 살짝 빠져나와야 하는 상황이 상기기도 하고 나중에라도 혼자 나갔다 온 것을 알면 괜히 심통을 부리고 밥도 잘 먹지도 않고 새치름하게 앉아서 서운하다는 듯 밥상 앞에서 시위한다 때로는 사람이 선한 거짓말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무슨 일이든지 무슨 말이든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다른 사람에게 말함으로써 다툼의 불씨가 되어 싸움을 붙이기도 하고 원망을 사기도 하고 미움을 받기도 한다 말하는 것은 좋은데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절제하며 말하는 사람의 속을 알고 그 사람의 처지를 잘 이해함으로써 타인을 감싸면서 이야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 친구는 너무나도 안타깝게 머리를 빼고 꼬리만 말한다든지 아니면 말 한 사람의 의도보다는 자신의 마음으로 말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눈치가 없다 "야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하고 지적하면 왜 그리 고집은 센지 절대 수긍하는 일이 끝까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듣지도 못하고 오히려 화를 내면서 토라져 나간다 이렇다 보니 결국에는 요즘 학교에서처럼 그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왕따가 되기도 하고 우리끼리의 속된 말로 폭탄이 된다 그래서 그 친구의 주위 사람들은 절대 그 친구에게 좋은 말이든 싫은 말이든 어디를 가자 거나 갔다 온다거나 무슨 일을 했다거나 하는 말을 하지 않고 경계한다 왜냐하면 데리고 나갈 자리가 아닌데 왜 안 데리고 가느냐고 따라갈 자리인지 만날 사람인지 아닌지 분별없이 한 번 나갈 때 데리고 나가면 평생 자신을 데리고 나가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그리고 시무룩하게 지낸다 심하면 집에 있으라 하면 남몰래 미행하듯 뒤에서 따라온다 또 어느 때에는 상대방이 관심도 없고 누가 물어보지 않은 말을 해서 분란을 일으킨다 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는 본의 아니게 남들에게 싸움 붙이거나 이간질을 한다 참, 사람은 좋은데 그 맑고 순수함 가운데 지식이 들어 있다면 분별력을 가지고 말할 텐데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프면서 저 멀리 마음 한쪽에서 아련하게 저리다 사람이 좋으면 지식이 붙고 지식이 붙으면 인내가 붙어 인내가 붙으면 절제함으로 달려가며 사랑으로 이어져 삶의 대로가 열리는 축복으로 타고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사람은 옷을 입더라도 분별력으로 입어야 한다고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꼭 구구단 외우듯이 입에서 내어 나온다.
Contact Us ☎(H.P)010-5151-1482 | dsb@hanmail.net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73-3, 일이삼타운 2동 2층 252호 (구로소방서 건너편)
⊙우편안내 (주의) ▶책자는 이곳에서 접수가 안됩니다. 발송전 반드시 전화나 메일로 먼저 연락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