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에서의 삶의 향기
시내 한복판 사람들이 분주하게
왕래하는 곳에 아주 화사한 꽃집이 있었습니다
그 앞에만 가도 금방 꽃향기가 사람이 좋아
얼씨구 안겨와서는 코끝을 간질이는 그래서
더는 기침을 숨기지 못하고 들통이 나서는
"에취" 발설하고 하는 곳입니다
마치 신부 앞에서 고해성사하듯이 말입니다
꽃집이라서 그런지 역시 남자 손님보다는
여자 손님이 많았습니다
장사를 한다는 것이 어르신들 말씀대로
간 쓸개를 다 빼주는 것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집주인은 중년의 아저씨인데 늘 꽃과 꽃 속에서
사시는 분이라서 그런지 그 입에 수다가 피어
핀에 꽂혀 고정한 듯이 언제나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여섯 명의 여자 손님들이 들어왔습니다
그녀들은 잠시 가게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사갈 꽃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꽃집 아저씨는 어떤 손님에게 그렇듯이
난로 가로 손님들을 불렀습니다
"언니들 이리 와서 군고구마 먹으면서 추위 좀 녹이세요."
여자들은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이내 너나 눈치 볼 것도
없이 난로 가에 몰려들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준비했던 듯이 생고구마 몇 개를
난로 위에 올렸습니다
옆에 있던 여자가 놀라서 말했습니다
"세상에. 세상에"
이 말에 주인아저씨는
"맛있습니다. 금방 익으니까 먹어 보세요."
서서히 군고구마 분위기로 바람을 넣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고구마는 아주 구수한 방귀를 뀌듯
물씬 냄새를 풍겼고 여자들은 언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먼저 달라고 아우성으로 빠졌습니다
잠시 모든 사람은 손에 군고구마 하나씩을 들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옛날 우리 시골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고구마를 찌어 먹었다는 둥
고구마를 캐다가 호미로 자기 손을 잘못 찍어 손가락이 부러질 뻔했다는 둥
고구마를 굽기보다는 찌어 동치미하고 먹어야 제맛이라는 둥
이야기가 끝이 없었습니다
아니 꽃을 팔아야 하는데 꽃을 살 손님들은 일어날 줄 모르고
시간만 자꾸 흘러가는데 주인아저씨의 마음만 바짝바짝 타들어가는데
나는 생각했습니다
꽃향기를 만난 수다는 언제 다 버무려져
저녁상에 올라 된장국이 될 것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