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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
가을밤의 서사 곡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3047 등록일: 2012-11-07
가을밤의 서사 곡

詩/ 海 月 정선규

밤 11시가 넘은 시간
부스스 일어나는 가을 밤이
온몸으로 거리를 쓸어가며
두 눈감은 은행나무를 흔든다

이파리가 스르르 아래로
노란 포대 들어붓는데
휘파람 소리로 윙윙대는 밤 사자에게
옷자락 잡혀 질질 끌려가면서
땅만 드륵 끓어댄다

주책없는 가을비가
가는 새끼줄 매어
부슬부슬 내려오는 것을
가로등이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젖은 은행잎이
접착제 부친 듯
불어오는 바람 가르며
땅에 엎드려 움찔한다

육신으로부터 떨어진 영혼을
저승사자가 기다렸노라 데려가는데
삶을 버리지 못한 미련 젖은 영혼이
끌려가면서 몸부림치는 소리가 내 마음 침노한다

내 육신을 지나
영혼의 골짜기로 스며들
그 어느 날
나도 모르는 그날

내가 생명의 이탈로 벗어날 때
생의 마지막 두려움인 죽음이
가을 밤 차갑게 엄습해옴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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