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일까? 오늘은 세상이 낯설어 현실을 피하듯 잠만 취하고 싶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밖에서 일탈을 맛보며 가지런히 놓여 있는 내 영혼의 창으로 깊이 숨을 들이켜고 싶다 살면서 부스러기 같이 떨어져나오는 많은 생활의 염려를 발아래 놓고 그저 파도 타듯 넘실넘실 삶을 낳듯 넘어갈 수는 없을까? 내 안에 무게를 지긋이 들어 잠에 누르고 보았으면 한다 사는 게 뭘까? 사람은 무엇 때문에 살고 또한 그 무엇으로 살아가는 하는 것일까? 무엇인가를 가지고 끊임없이 이루고 지키기 위한 몸부림의 연속에 연약한 몸은 병에 드니 그야말로 이제 돈 벌어 제대로 한 집 한 채 짓고 아들, 딸 시집 장가 다 보내놓고 오롯이 늙은 부부 빼앗긴 인생 즐긴 만 하니까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행의 그림자뿐이다 아! 그리고 보면 운명은 모름지기 돌연변이든가 싶은 원망이 앞선다 이럴 때 내 기분은 만약 운명의 그 시간이 사람이었다면 잡아놓고 말도 못 하는 원망을 쏟아냈을 것이다 막연한 생각에 잠시 내 영혼을 맡긴다. 지구 밖 그 우주에서 우연히 내려다보듯 지긋이 눈을 뜨고 지구를 살며시 내려다보는 기분은 어떨까? 그래 바로 그거다 내 영혼이 육체 밖으로 나갔을 때 우주에서 빠끔히 내려다보는 지구와 같으리라 잠을 자다 깨었을 때 내 영혼은 육체 밖으로 나오듯 밖으로 뛰쳐나와 지겠다 그렇다면 잠은 우리에게 늘 잠정적인 보류의 상자일까? 나는 오늘 밤 끝없는 논쟁을 벌이듯 고뇌에 잠긴다 좀 좋게 말하면 삶에 대한 그리움이지 싶고 또 어떻게 말하면 세상 걱정은 홀로 다 짊어지고 있는 듯한 그야말로 세상을 다 산 사람처럼 보인다 그렇더라도 해야 할 말은 해야겠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그리운 것이 딱 한 가지 있다 뭘까? 우리 조상은 고생 끝에 낙이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과연 나에게도 이런 날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어느 목사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된다 사람은 자기가 말한 대로 된다 사람은 자기가 마음에 바라는 대로 된다고 그리고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누군가에게 나는 들으며 살아왔다 이 말을 어떻게 들으면 아직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내가 생각하고 말하며 마음에 바라는 대로 다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내 장래에 먼 훗날 이루어질 일들이라는 것이 된다 이래서 사람은 꿈은 먹고 사는 것인가 보다 따라서 사람은 꿈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세상의 이치는 잠재되듯 우리 눈과 귀로 분별할 수 없는 밭에 보화가 숨어 있으니 다 갈아엎지 않으면 찾을 수가 없고 볼 수도 없는 충분한 가치를 생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색연필도 없이 볼펜도 없이 그저 내 마음 하나 들고 생각으로 보듬어 그리는 밑그림이라 결국 사람은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 최고의 삶이 아닐까 오만가지 상념에 사로잡혀 방황하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들고 말았다 얼마나 잤을까? 텔레비전에서 달리는 자동차에 시뻘건 불이 붙은 채 쾅하는 굉음과 함께 나는 잠을 솎아내며 부스스 깨고 말았다 시계를 보니 막 새벽 2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참, 하는 일 없이 오늘 하루도 갔는가보다 싶으면서도 어떻게 된 일인지 눈꺼풀이 자꾸만 주저앉는다 또 그렇게 마지못해 텔레비전 떠드는 소리를 뒤로 한 채 자장가 삼아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가 되어 곤드레만드레 잠에 취해만 갔다 그리고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옆에서 톡톡톡 봉선화 터뜨리는 꽃말에 더는 견딜 수 없어 눈을 떴으나 비몽사몽 간에 뇌사상태가 된듯한 나는 내 육체를 짓눌러 억압하는 육중한 무게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그만 사르르 눈 녹듯 잠을 따라나섰다 그리고 또 얼마나 지났을 때 담 넘어 달리는 자동차 달리는 소리에 눈을 뜨니 아침 해가 하늘 꼭대기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어제 집을 떠났다 오늘 아침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잠들었다 그리고 깨었다 마치 탕아를 닮은 듯 말이다 밤새 두 번씩이나 내 집 대문을 들락날락하듯 한 탓일까 도대체 잠을 잤는지 안 잤는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무거웠다 내가 잠 안에 있었는지 잠 밖에 있었는지 성경 말씀처럼 내가 육체 밖에 있었는지 안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다시 말해서 죽었었는지 살았었는지 자고 있었던 것인지 죽었었던 것인지 분별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잠을 편하게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까. 어느 한 사내가 떠오르고 말았다 그날 회식하면서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휘청휘청 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만취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그만 거리에서 쓰러져 하염없이 깊은 잠이 들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 자다 보니 뭔가가 추적추적 자신의 온몸으로 스며들며 춥더라는 것이다 순간 정신이 부쩍 들어서 눈을 뜨니 세상에 이런 망신이 또 있을까 싶게 비 내리는 땅바닥에서 자신이 누워 자는 게 아니겠는가 누가 볼까 싶은 마음에 얼른 일어나 황급히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는데 그동안 과로한 탓인지 몸을 가눌 틈도 없이 지하철 바닥에 쓰러져 잠에 쏠려 그렇게 꿈속으로 납치되듯 끌려갔는데 비를 맞은 탓에 언제부터인지 으스스 추워서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새벽 5시가 조금 넘었는데 자신의 신세가 마치 어느 노숙인 같더라는 것이다 괜히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하염없이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젊었을 때에는 아무리 술에 취해도 집에는 잘 들어갔었는데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가보다 갖은 오만가지 생각에 시달리면서 아무튼 그래도 집에는 들어가야지 하는 마음에 길을 나서는데 도심 속 어느 아늑한 공원이 눈에 들어오는지라 이왕 이렇게 된 것을 어찌하랴! 에라! 나도 모르겠다 싶은 마음에 사로잡히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될 대로 되라 싶은 마음으로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자니 그날 밤 또 집 나온 또 다른 누군가나 혹은 술 취한 또 다른 누군가 거리에서 잤겠지 그리고 비는 내리고 잠에서 깨어 어디론가 비 맞지 않는 그곳으로 제2의 잠자리를 찾아서 들어가겠구나 하는 마음에 괜히 짠했다고 한다 비로소 노숙인에 대한 동질감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하나에 신의 계시처럼 여겨졌다 나도 그럴 수 있겠구나 인생은 고난이라 했거늘 어찌 내게 고난이 없겠는가 다만 누가 먼저 되고 나중에 될 뿐 종이 한 장 차이에 고난의 때와 그 종류가 다양할 뿐인 것을 마치 신의 경고를 받아들이듯 했다고 한다 참으로 가슴이 아리다 이 세상에 그 누가 일생에 노숙을 꿈꿀까? 1997년 I. M. F를 겪으면서 기업의 구조조정 바람으로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의 바람으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탓에 점점 사회의 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그 부산물처럼 왕년에 잘 나갔던 사람이 잘못 서 준 빚보증으로 혹은 사업이 부도가 나고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올라앉아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만 하는 현실 대란이 되었고 또는 친구와 동업하다 친구에 배신으로 사업체와 모든 자금을 잃고 결국 사업의 실패를 당하고 거리로 나와야만 했다 하기야 지금도 비정규직과 계속되는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의 여파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고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언제쯤이면 대한민국 경제가 회복 좋아질지 앞으로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 한 기업의 구조조정은 계속되고 비정규직은 늘어만 갈 것인 것을 우리의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이 사회 구석구석에는 늘 잠재되어가는 이름 모를 노숙인이 늘어만 갈듯하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요즘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많은 젊은이에게 노숙이 보편화하여가다시피 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자신이 게으르거나 혹은 역마살이 끼어 행려자가 되어 스스로 노숙하기도 하지만 뜻밖에 과거에 알아주던 기업에서 상무이사를 지냈거나 은행지점장이었으며 큰 사업가로서 지역에서 알아주었던 사람도 있고 또는 사채놀이에 빠져 세월 가는 줄 모르게 지내던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다 내 마음 같은 것이 아니라 했던가 세상 일이 어디 내가 마음먹은 대로 다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했던가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격하게 변하면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강요당하는가 하면 대업을 위해 희생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우리는 어지럽게 살아가고 있다 그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제 우리의 경제가 살아나면 또 한 번 우리 사회의 노숙 층의 변화도 있을 것이 아니겠는가. 정말 자신이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들은 말 그대로 노숙인으로 살아갈 것이고 정말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 다시 일터로 향하리라 정말 알곡과 쭉정이로 살아가리라 이 사회가 탕아로 만들어버린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다시 한 번 정상의 세태를 곱씹으며 이대로 우리 사회에 경제불황이 쉼 없이 계속된다면 이 땅에 노숙 국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오늘 잘 나간다고 또는 잘 나갔다고 해서 반드시 내일도 잘 나가리라는 보장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고 그렇게 흘러가면서 세상은 구성치는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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