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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모이는 사람들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041 등록일: 2012-07-29
모이는 사람들
海月 정선규

그때가 아마 2005년이었던가
대전 원동 사거리 무슨 라이트더라
아무튼 그 뒤에 한국루터교 대전 베델교회에서
운영하는 나눔의 집이 있었다
이곳에서 새벽 5시에 아침 무료급식을 하곤 했었는데
원 동 사거리에 대동인력이 있는 탓이었을까
대부분 오고 갈 곳 없는 이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혹은 추운 겨울 새벽 밖에서 꽁꽁 얼어붙은 몸을 따뜻하게 녹을 겸해서
들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혹독하게 추운 겨울 힘들게 옷깃을 여민 막노동자들과
오고 갈 곳 없는 이들이 그래도 하루를 살기 위해서 안전화를 굳건히
잡아매어 신고 각반을 메고 작업복이 들어 있는 가방을 메고
의기양양하게 들어와 너무도 떳떳한 밥 한 끼를 때우고
기쁜 마음을 잃지 않고 건설현장으로 달려나가 살게 해주는
버팀목이 되었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한 번 돌아갈 꿈을 꾸었다
다만 잠시 헝클어지고 연약하고 상처투성이가 된
마음을 그렇게 그렇게 겨우 추슬러 인생의 여울목을 돌아나갔다
비록 푸드뱅크로 운영했지만
그래도 모든 이들에게는 하루의 식량만큼 아주 든든한 마음의 의지가
되어 주었다
그랬던 것이 지금은 대전 동구 삼성동으로 옮겼는데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연약한 여자인 담당 전도사님이다
매일 아침 모든 교회가 일관적으로 쉬는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화. 수. 목. 금. 토요일까지 6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토요일에는 아침을 제공하고 저녁 5시에 예배를 드리고
저녁까지 제공하고 있다
남을 위해 매일 새벽 습관을 고이 살려내고는
가을 햇살에 좌르르 한 윤기나는 참기름에 바스락바스락 버무려 놓은 정말
감칠맛 나는 낙엽처럼 아주 맑게 갈아먹는 소리를 내며 나오신다
이뿐인가?
결코, 아니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매년 설과 추석 때면 오고 갈 데 없는
이들의 아침 식사를 위해 루터교 대전 나눔의 집 담당 전도사님과
대전 동구 용전동 베델교회를 시무하고 계시는 홍택주 목사님은
여전히 감동에 물결로 질척이신다
터 푸하시고 진실하시고 소박하시며 선량한 서민의 모습을 하고
계시는 홍택주 목사님 그리고 항상 아주 넉넉한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인정으로 가득한 나눔의 집 담당 전도사님이 그 자리를 지키시고 있다
그러나 요즘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그 언젠가 홍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얼핏 생각이 나곤 한다
어디를 가나 대전 시내에 노인 무료급식소는 많으나 젊은이들을 위한
무료급식소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시며 우리 나눔의 집은 다른 곳과는 달리 젊은이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로
구청에 신청했으나 그러한 사례가 없어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렇다 보니 국가에서 주어지는 한 푼의 지원도 없다고 하셨다
지금 루터교 대전 나눔의 집은 평화의 집 마당 한쪽에 초라한 천막을 쳐 놓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 길을 안타깝기 그지없이 가고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그 어느 해 여름에는 쌀이 떨어졌다며 5일 혹은 7일 10일 문을 닫은 적도 있었다
가끔 여기저기에서 들어오는 후원으로 쌀이 들어오면 다시 문을 열곤 했었던
기억이 난다
전도사님과 목사님이 대전극동방송 라디오이던가
기독교방송 라디오던가에 출연하여 이 안타까운 사실을 호소하셨던 적도 있었다
그 결과 사랑의 열매에서 쌀이 한동안 먹을 만큼 들어왔었다
어디 이뿐이던가
또 아니다
그때도 들어온 쌀이 이제 바닥이 보인다면서
전도사님이 모든 이들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그런데 뜻밖에 사람이 뛰어들었다
토요일 저녁예배가 다 끝나고 광고를 위해 전도사님이 나와
이렇게 말씀하셨다
"본인을 밝히지 말라고 하시는 어느 분께서 신신당부하셨는데
오늘 그분이 쌀 한 가마니 값을 주시면서 쌀 사는 데 써 달라고 하셨습니다
참으로 고마우신 분이 우리 주위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분이 넉넉하신 것도 아니고 그분도 지금 10만 원짜리
월세방에서 정말 어렵고 힘들게 살고 계십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대문을 나서던 중에 그분과 목사님이
두 손을 마주 잡고 서 있었다
목사님은 그분의 두 손을 꽉 잡으신 채 말씀하셨다
"아저씨도 정말 어려우셔서 여기 와서 식사하시고
다리도 제대로 뻗지 못하는 그 좁고 어두운 골방과 같은
10만 원짜리 셋방을 살고 계시는데
우리가 이 돈을 어떻게 받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못 받습니다."
목사님의 만류에도 그분은 굽히지 않았다
"아닙니다. 저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 써주세요.
저도 이곳에 와서 밥 먹는데요.
괜찮습니다. 값지게 잘 써주세요."
목사님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그리고 감동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거듭거듭 인사를 하셨다
나는 그때 알았다
그분의 진실을
평소에도 조용하시던 분
그리고 한쪽 다리 장애로 말미암아 뒤뚱뒤뚱 걸음도 불편하신 분인지라
국민기초생활 수급대상자로
10만 원짜리 월세방에서 생활하시면서도 밥은 이리저리 나와서 때우시면서
방 세주고 틈틈이 적은 돈을 모아 그래도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
대전루터교 나눔의 집에 쌀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나마 매일 아침을 먹을 수 있었던
이들이 아침을 거르거나 모르고 새벽에 찾아왔다가
고픈 배로 되돌아가야만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꺼내주셨다
지금에 안 사실이지만
어느 날 전도 광고 시간에 차마 떨어지지 할 수 없는
말을 전도사님이 착잡한 마음을 실어 떼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그때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까지만 저녁급식을 하고
다음 주 토요일부터는 나눔의 집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더는 대접해 드리지 못하게 됐습니다. " 하는 말을 듣고
쌀 한 가마니 값을 내놓으시면서
"목사님 죄송합니다.'
적어서 죄송합니다."
몸 둘 바를 모르시더라 했다
그 후 자신은 지금까지도 루터교 대전 나눔의 집을 다니시지 않고 있다
사람의 인생이 쌀 한 가마니 값으로 흩어지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면서 포도나무에 포도알이 빼곡히 들어차듯
얼마든지 알차게 살아갈 수 있음에 오늘에 우리는 새로운 용기에
자신감으로 깊이 물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루터교 나눔의 집을 통하여 많은 자신감 있는 도전하는
삶이 풍성하게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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