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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알토란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2047 등록일: 2012-07-02
알토란
요즘 나갔다 하면 더워서 잠시도 있지를 못하고
에어컨 바람 앞을 서성이지요
요 며칠 전 일입니다
작은 가게 안에도 너무 더워서 올여름 에어컨을 설치했지요
그래서 그런지 아주 에어컨을 안고 살다시피 하게 됐습니다
그날도 역시 에어컨을 안고 싶어서 난리였습니다
어린아이가 제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이
아주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죽는 줄 알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합니다
아무튼 최대한 에어컨으로부터 가까운 자리를 선호하게 됐는데
참 시원하더라고요
좋다 좋다 이렇게 좋을 리가 있나 싶어 흥얼흥얼 하면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고 있는데 선배가 옆으로 오더니
제 머리를 만집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이고 머리가 탱탱하네! 너무 탱탱해서
조금만 더 에어컨 바람 쇠이면 얼어서 터지겠어."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원래 이게 바로 제 머리의 매력이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선배는 "그 참 어린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셔요
금방 탱글이네 너무 그렇게 탱글이지 마라"
하고는 계속해서 제 머리를 만지면서"야 알토란이다, 알토란 같아"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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