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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자연 속으로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560 등록일: 2012-07-02
자연 속으로

요즘 춥다 춥다 매우 춥다 보니
사람들이 아침저녁으로 종종걸음을 치느라
뒤에서 보면 오리떼들이 물가를 향해 뒤뚱거려
뛰어가는 장면을 연상하게 됩니다
거리를 걸어가다가도 조금의 추위가 느껴진다 싶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 움큼이라도 햇살이 더 있는 곳을 찾아
가면서 걷게 되는데 참 신기한 것이 있다면
그럴 때마다 꼭 우리가 언저리라는 길의 능선을 타고
가에로 가에로 밀려 나오는 썰물처럼 걸쳐진 모습을 발견합니다
만약 거리가 땅의 끝이라면 정말 우리는 매일 걸을 때마다
낭떠러지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는 광대가 된 나를 알게 됩니다
말하자면 혹 떼려다 붙인다고 할까요
또 이런 말도 있습니다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인다고
속된 말로 재수가 없는 격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평생 무엇인가를 해야 하고
그것을 하다 보면 반드시 때는 오나니 우연이 혹은 필연적인 열매를 보게 되니
밭에서 보화를 캐듯 농부가 밭을 갈다 땅속 깊이 숨겨 있던 보화를 만나듯
일은 기회로 행운으로 찾아옵니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세상의 순리 또는 신의 섭리라고 하는 것인가 봅니다
추운 겨울 햇살은 추위 속에서 겉돌기만 하고 사람은 따뜻한 그리움을 키우면서
새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을 잠시라도 가질 수 있으니
사람이 자연을 통해 자연스럽게 길드는 일상은 우리의 습관성 성격으로 배이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때를 분별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이렇게 쉬울 수가 하고 놀라는 것은
자연을 생각하면 모든 때는 그 징조가 먼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다 특성이 있고 나름대로 개성이 두드러지게
양지 속의 꽃으로 피어나고 음지 속의 그늘이 드리워지는가 하면 피고 집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에 따르는 일들이 반드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역시 사람은 자연과 사귀어 살아가는 자연의 독자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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