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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자연의 인격을 타고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940 등록일: 2012-03-16
자연의 인격을 타고
 海月 정선규
 
10월의 낙엽은 소리 없이
먼 여행을 떠날 사람의
예매표가 되어 떨어지고
가을바람은 위에서 아래로
살포시 낙엽을 각 떠 연 띄우고
햇살의 촉수는 들녘에 한 줌의 흙을
간파하여 퇴색시키는데

바람 한 점 없는 들녘은
나도 모르는 평화를
조용히 머금은 채
깊은 잠을 취하는 듯이
적막하기만 한데
아마 가을은 아무 생각도 없는
철부지인가 나무랐다가도

왠지 여름은 가고 가을은 오고
꽃은 피고지고 풀잎은 사그라지라고
누가 간섭하지 않아도
만물은 태양 아래 해를 품은 계절은 빙빙 돌아
소생하는 만물의 자태를 살릴 만큼 대지를 보듬어
홀연히 생태적으로 인격을 표출하는 것을 보고

나는 하늘을 우러러 차별이 없는
해를 존경스럽게 바라보며 스스로 있는
하늘의 인격을 품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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