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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아내의 일상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424 등록일: 2012-02-18
아내의 일상
 海月 정선규

어둠에 구멍이 생겼다
여기저기 가로 등불이 아주 간단하게
목이 긴 티를 입고 서 있다
어둠을 머금은 채 성성한 옷차림을 한 가로 등불은
널브러진 별 조각이 떨어진 밭을 흔들어 거닐어 간다
마침 아내는 내일 입을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림질하느라
잠깐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된장찌개를 잊었다
펄펄 끓어 넘쳐 뒤범벅된 된장찌개 냄새가
아내의 코끝을 아주 가벼운 손짓으로 애무할 때
아내는 정신없이 주방을 향해 뛰어간다
남편의 와이셔츠는 다리미 밑에서 하얀 옹기점으로
신음하며
까만 얼룩을 발자국으로 남긴 채 쏟아올 린
난쟁이의 공처럼 저 멀리 아내의 일상으로 들어가
아내를 꽃처럼 활짝 치열하게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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