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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빵 순이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517 등록일: 2010-10-03
빵 순이

우리 집엔 빵집 사장님이 없어 아쉬운 집안입니다
이 녀석을 시집을 보내긴 보내야겠는데 어디 빵집 사장님 안 계신가요?
제 방에 있는 까만 봉지는 늘 수난을 당합니다
우리 빵 순이(별명) 우리 집 귀염둥이 강아지 한 마리가 있는데
늘 집에 들어가면 어느새 할머니 방에 있다가 살금살금 뒤따라 들어와서는
손에 든 까만 봉지를 입으로 다 뜯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것이 아따 이놈이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아서
다른 냄새가 나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꼭 빵 냄새만 나면
사족을 못 쓰고 달려들어서 그 빵 달라고 매달리기 시작하면
한 씨름은 없고 두 씨름은 한물 같고 세 씨름을 합니다
아주 찡하게 오래도록 줄 때까지 사투를 벌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다 빵이라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꼭 카스텔라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래서 일명 빵 순이가 되었는데 이놈을 얼른 빵집 사장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한답니다
어디 누가 중매 한번 서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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