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을 아주 차갑게 갈아 서퍼렇게 끼워놓은 오후 어느 지하도 밑바닥을 따라 미끄러져 내리듯 싸늘하게 허물어지는 까칠한 추위가 거리를 누비던 어느 일월의 하루 이름 없는 지하도에 머리맡으로 나뒹구는 빈 소주병이 뭐 그리 아쉬운지 바짝 허리를 구푸려 알이라도 품을 상으로 각인이 된 사내가 잠들고는 꿈을 꾼다
얼마나 삶에 힘든 여정이었을까 속히 살을 파고드는 겨울바람에 신문지 한 장이 파도를 일으키며 펄럭이는데 붕어빵에는 붕어가 들어 있지 않듯 바다에는 고래가 들어 있지 않은 듯 그 사내는 조용히 잠결 위를 거닐며 간간이 수줍게 미소를 짓는데
고결한 한 마리의 학이 우아하게 하얀 물거품이 깨알처럼 쏟아져 부서지는 주옥같이 맺힌 은빛 여울을 목에 두르고 태양을 머리에 이고 사뿐사뿐 춤을 사위어 넌지시 시공을 뛰어넘으며 잘 사는 것도 한때 노숙도 한때인데 자신의 마음을 지켜 초콜릿을 한 상자를 다 빼먹으면 자지러질 고생이라 위로의 길 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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