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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신의 문학, 신의 문법 2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155 등록일: 2011-12-21

신의 문학, 신의 문법 2
 창세기1장
 
하나님이 가라사대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과목을 내라 하시매
그대로 되어(창세기 1장 11절)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과목을 내라 하시매
그대로 되어
이 구절을 자꾸 곱씹어 보면 대패로 나무를 밀면 밀수록 더 생생하게 살아나오는
무늬 같은 느낌으로 뚜렷하게 살아나는 감칠맛이 있다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루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과목을 내라 하시매
땅은 땅인데 그냥 땅이 아니고 조목조목 모든 생명을 정갈하게 꼬집어내는 땅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미리 상기시켜 준다
마치 밭에서 김을 매는 양 땅에서 필요한 것들만 쏙쏙 잡아빼고 있다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과목을 내라 하시매
그대로 되어
생각했던 것을 생각했던 대로 빈틈없이 이루어나가는 정교한 숨결이 돋보인다
땅에 수많은 생명 중에서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과목을
정확하게 지정하여 구원투수를 불러내는 듯하게 들린다
조사 즉 은, 과, 는, 와, 을, 로 어의 조화로 말미암아 아주 자연스러우면서
부드럽게 글과 글 사이가 매끄럽게 잘 처리 되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조사는 문장에서 자립형태소에 붙어 그 말과 다른 말과의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거나 뜻을
더해주는 단어를 말한다
만약 조사를 쓰지 않고 글을 쓴다면 어떨까?
창세기 1 : 11을 예로 들어보기로 한다
땅 풀 채소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과목 내라 하시 그대 되어
이런 형태로 나타난다
땅이라는 자립형태소에 붙지 않으므로 다음 문장인 풀과 부드러운 문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끊어진다
땅 다르게 불 다르게 전혀 서로 상관없는 관계를 유지하며 땅은 땅이고 풀은 풀이되는
셈이다
하지만 위의 경우에서 보듯
정확하게 조사를 문장과 문장 사이에 붙여준다면 부드럽게 모서리가 깎여나가는 듯한
매끄러움을 더해준다
그러나 조사를 피해 쓰는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조사를 문장과 문장 사이에 붙여준다면
이 딱 하나의 조사를 뺀다
조사를 문장과 문장 사이 붙여준다면
이런 때에는 조사를 빼거나 붙이거나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조사를 빼어 감칠맛을 더해 글을 쓰는 예도 있다.

땅이 풀과 각기 종류대로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니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창세기 1장 12절)
 
땅이 풀과 각기 종류대로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니
 
이 구절에서 느낀다
말이란 긍정하는 것임을
이런 생각을 한다
마치 사람의 생각대로 되는 듯한 신비감
아니 어쩌면 동질감을 느끼면서
또한 말하는 사람에 매력을 느낀다
종류대로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니
곱씹으면 씹을수록 글에서 정갈함을 맛본다
땅이 마법에 걸린 듯 하나하나 각기 종류대로 내는 모습은
봄을 연상케 한다
새록새록 고귀한 생명이 땅 밑에서 못을 박듯
쏙쏙 머리를 내밀고 있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보는 듯하다
땅은 생명을 내고 땅에서 생명으로 나오는 생명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푸릇푸릇 생기발랄한 세상체험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땅이 풀과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친정어머니가 딸에게 가장 좋은 것들만 골라서
아주 정성스럽게 챙겨주고 있는 듯한 아주 따뜻한 마음이
우러난다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
온 땅의 가득한 생명을 가장 좋게 여기시는
하나님에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즉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 아니겠는가 한다
온 세상을 생명으로 살려내시는 힘을 본다
소생하는 생명의 기쁨에 취해가는 황홀경에 빠질 것만 같다.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셋째 날이니라(창세기 1장 13절)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셋째 날이니라
유수와 같이 흘러가는 세월을 감칠맛으로 느낀다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현재 진행형으로 아주 빨리 흘러가는 시간을 의식하며
저녁은 되는 상태로 여겨지고 아침이 온 것으로
보이고 있다
마치 시간의 속도를 늦추듯 조절하듯 한 문법이 돋보인다
만약 이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었으니 이는 셋째 날이니라
표현했다면 어떨까?
그냥 통상적인 말투 즉 사무적으로 일러주는 형식적으로서
그 한계성을 드러내고 마는 문법이 된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하늘의 궁창에
광명이 있어 주야를 나뉘게 하라

또 그 광명으로 하여 징조와 사시와
일자와 연한이 이루라(창세기 1장 14절)
 
하나님이 가라사대 하늘의 궁창에 광명이 있어 주야를 나뉘게 하라
이 구절을 곱씹다 보면 참으로 기분이 묘해진다
궁창에 광명이라는 것은 해와 달일 것인데
광명이 있어 밤과 낮으로 나뉘게 하는 그 어떤 자연현상 중의
하나인 듯 느껴지면서 뒤에 가서
주야를 나뉘게 하라
이 말에서 낮과 밤이 나누어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운명처럼 느껴진다
또 어떻게 보면
낮과 밤은 서로 존중하여 미끄러지듯 갈라지는 현상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하나의 은유처럼 들린다
우리가 팀을 나누어 직장에서 일하고 게임을 하듯
사람의 일상을 닮은 듯하여 매우 깊은 친근감을 유발한다
나뉘게 필요에 따라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하는
암시가 들어 있어 마치 궁창의 광명이 있어 당연히 그렇게 될 줄로 믿는
마음으로 아무 말 없이 순종하는 자연의 이치를 보여준다
또 그 광명으로 하여 징조와 사시와 일자와 연한이 이루라
해와 달에 징조와 사시와 일자와 연한이 이루라
참 묘하기만 하다
알 듯하면서도 전혀 잡히지 않는 이 문법은
말 그대로 아리송하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시계와 달력 사계절 그리고
1년 2년 3년 하는 연한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은 하늘을 통하여
해와 달을 관측하여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서는 우주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을 본다
그 생태를 보면서 저녁이 되며 아침이 오는 것을 말하고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또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는 것을 안다
분명히 여기 이 자연의 현상은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신의 암시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우주를 생각하면서 신의 존재를 찾아가게 한다
어쩌면 과학의 기초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끝없는 무궁무진한 생각의 파편을 형성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끝없이 찾아가게 한다
 
뜻풀이
 
징조: 어떤 일이 생길 기미.
사시: 봄, 여름, 가을, 겨울
일자: 날짜
연한: 정하여지거나 지난 햇수
즉 1년 2년 3년 하는 햇수를 말한다

또 그 광명이 하늘의 궁창에 있어
땅에 비취라 하시고 (그대로 되니라)(창세기 1장 15절)

 
뜻풀이
 
광명: 환한 빛
즉 밤하늘의 달과 별
낮의 태양
 
그 광명이 하늘의 궁창에 있어 땅에 비취라 하시고 했는데
이 광명이라는 것은 둘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다 알다시피 밤이면 달과 별이 이 땅을 환하게 비추고
낮이면 태양이 이 땅을 환하게 비춘다
그리고 태양과 별과 달은 모두 지구 밖에 있다
즉 궁창에 있어 하는 말은 대기권을 수증기를 말한다
우주를 뜻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태양과 별과 달이 궁창에 있어 땅에 비취라 하시니
그대로 되었다는 사실이다
곧 쉽게 말하면 하늘이 열렸다는 뜻으로 들린다
처음 하늘이 열린 것이다
태양도 빛이요 달도 별도 빛인데 이들이 낮과 밤을 가려 낮과 밤으로
나뉘어 비추었다는 사실에서 양면성을 보여준다
낮이 한 번 뒤집히면 밤이 되고
밤이 한 번 뒤집히면 낮이 되니
세상이 돌고 돌아간다는 말이 처음 여기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하늘의 궁창에 있어 땅에 비취라
이는 높은 곳에서 아래로 비추어 드러내는 세상을 말하는 듯하다
다시 말하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드러내는 하나의 섭리를 발견한다
아울러 그대로 되니라 는
믿은 대로 될 듯한 줄기세포를 내 몸에 주사 맞는 듯하다

하나님이 두 큰 광명을 만드사
큰 광명으로 낮을 주관하게 하시고
작은 광명으로 밤을 주관하게 하시며
또 별들을 만드시고(창세기 1장 16절)
 
나는 이 구절을 두 개의 큰 은유로 본다

첫째 하나님이 두 큰 광명을 만드사 큰 광명으로 낮을 주관하게 하시고
했는데 나는 이를 은유적 비유로 하여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이 크고 작은 사람을 만드사 큰 사람에게 낮을 분양해 주시고
라고 말하고
작은 광명 즉 작은 사람에게 밤을 분양해 주시고
또 별들을 만드시고
이를 또 은유적 비유로 하여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작은아들 달에 밤의 일을 주관하게 하시며 또 딸에게서
수많은 자손이 나게 하시고 이렇게 은유적인 표현을 생각해 봤다
성경을 고치자는 말이 아니라 문학적 은유를 베풀기 위해 한 가지 예시를 둔 것이다
사람들이 시가 어렵다고 하는데 이렇듯 작가가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무엇에 비유했는지
좀 더 쉽게 말하면 빗댔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어느 시인의 시를 보니까
꽃등을 말하고 있었다
봄이 되면서 산에 진달래 개나리 등 만발한 봄꽃들이 피는 모습을 그린 시인데
산을 그냥 산이라고 쓴다면 이는 사실적으로 말함으로써 시가 아닌
하나의 일기 같은 일상의 글이 된다
시란 원래 수필이나 수기 자서전 이런 글처럼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은유 즉 그 어떤 사물을 그 무엇처럼 비유하여 쓴다
이것이 시이며 시 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시제 목을 산이라 하지 않고 꽃등이라 말하며
산등성이 흙을 살가죽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나님이 그것들을
하늘의 궁창에 땅에 비취게 하시며(창세기 1장 17절)

하나님이 그것들을 하늘의 궁창에 땅에 비취게 하시며 이를 잘 눈여겨보자
만약 이 구절을 내가 썼다면 이렇게 달랐을 것이다
하나님은 태양과 달을 하늘의 궁창과 땅을 비취게 하시며
라고 말이다
자 그렇다면 살펴보자
하늘이 그것들을 하늘의 궁창에 땅에 비취게 하시며 에서부터 말이다
하나님이 그것들을 곱씹으면 하나님과 그것들은 왠지 꼭 하나인 듯한
부드러우면서도 온화하고 온유함이 가득 묻어난다
하늘의 궁창을 비롯한 땅에도 똑같이 아주 평등하게 균형을 가지고 비취게 하신 것이다
하늘의 궁창 즉 하늘을 비롯한 궁창이라는 암시를 받는다
궁창에 땅에 비취게 하시며
태양과 달이 동시에 궁창과 땅을 함께 비출 수 있도록 했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태양과 달을 하늘의 궁창과 땅을 비취게 하시며
라고 표현했다면 경우는 확연히 달라진다
문법의 차이인 것이다
하나님은 태양과 달을 하늘의 궁창과 땅을 비취게 함으로써
하나님은 태양과 달을 비롯한 하늘의 궁창과 땅을 에서
이건 내 개인적인 문학적으로 느끼는 느낌이지만
하늘의 궁창과 땅을 비롯했다는 느낌 보다는
왠지 궁창과 땅에게 태양과 달을 분배 즉 분양하듯 했다는
엉뚱한 상상을 유발 시키고 있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왜곡시킬 우려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성경이 적합한 문법이다

주야를 주관하게 하시며
빛과 어두움을 나뉘게 하시니라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창세기 1장 18절)

낮과 밤의 일을 책임을 지고 맡아 관리하게 하도록
현재 진행형으로서의 지시를 명하시고 동시에 빛과 어둠을 나뉘게 한다
나무가 깊이 뿌리를 뻗듯 거북이가 멈추지 않고 꾸준히 몸을 느리게 움직여
토끼와 경주하여 가듯 뭔가 한 동작이 멈춤이 없이 무던히 눈에 보이게
이루어지는 듯한 생태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는 하나님의 시각과 만족스러운 마음을
보여준다
이를 한 동작으로 나타내어 글로써 표현한다면 아래와 같다
태양과 달에 낮과 밤의 일을 책임지고 맡아 관리하게 함과 동시에
낮의 일인 빛과 밤의 일인 어둠의 두 현상이 일어나게 함으로써
자연히 나뉘게 그러니까 둘로 나타나도록 유도하고 있는 듯한
여운을 살짝 주면서 또한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은 시각적인 효과와 만족스러운
마음을 동시에 드러냄으로써 파도치듯 1장 18절에서 결이 넘실거리는 듯
그림언어를 형성시키고 있어 글에도 가는 방향이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특이한 문법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주야를 주관하게 하시며 문법의 차이와
빛과 어둠을 나뉘게 에서
어떤 조사를 쓰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그 뜻이 달라지는 문법이다

뜻풀이
주관하게 하시며: 어떤 일을 책임을 지고 맡아 관리하다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넷째 날이니라(창세기 1장 19절)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저녁과 아침이 떨어질 수 없는 한 몸과 같이 움직이고 있음을 본다
저녁과 아침은 사람이 아주 천천히 옷을 벗듯 긴 시간을 가지고
둘이 한 몸 된 자로서 합일 혹은 협력하여 한 가지 일을 차분히 해나가는 듯한
깊은 인상을 준다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저녁은 사람으로 말하면 머리와 같고 아침은 꼬리와 같은
형상을 갖추게 된다
저녁이 되었다고 아침이 되는 것이 아니요
아침이 된다고 저녁이 오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하나로 합쳐져 온전한 하루를 이루어내는 신비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물들은 생물로 번성케 하라
땅 위 하늘의 궁창에는 새가 날으라 하시고(창세기 1장 20절)
 
하나님이 가라사대 물들은 생물로 번성케 하라
여기까지만 읽으면 밋밋하면서 전혀 재미가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
눈을 떼지 말고 계속해서 구절을 연결해서
땅 위 하늘의 궁창에는 새가 날으라 하시고 끝까지 읽으면
음악처럼 길게 음을 뺐다가
쉼표에 의해 잠깐 쉬어가는 듯한 섬세하고도 부드러운
살아 있는 운치를 느끼는 문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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