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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
어떤 인생에 대하여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904 등록일: 2010-10-02
어떤 인생에 대하여

그가 말하는 것은 다 거짓말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까지도 다 가명이었고
과거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도 거짓이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도통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어느 할머니 댁에서 생활했다
그 할머니의 말씀을 따르면 그는 10년 동안을
방세 한 번 내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다만 전기료와 수도료뿐이었는데 그것도 3개월 밀려서
한전에서 전기를 끊는다고 했고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수도를 끊는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97년 IMF가 터지고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쫓겨 노숙자로 전락할 때 그때부터
그도 무슨 직장을 다녔었는지 아니면 노가 대를 했었는지
모르지만, 그때부터 전혀 방세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업는 것을 뻔히 알면서 방세를 달라고 재촉한다면
그것은 결국 어디 가서 도둑질하라는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저렇게 흘러간 세월이 벌써 10년인데 수도료 전기료
독촉은 한전과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들어오고 사람이 어느 날
온다간다 말없이 사라졌다 한다
전화 한 번 없었고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 그는 우리한테 말했었다
집에 다녀왔다고 주인 할머니한테 대전에는 일거리가 없어
지방에 일하러 갔다 오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방세가 한 달에 8만 원이라고 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주인 할머니는 그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소식도 없고 집에 오지도 않아서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우리에게
그에 대해서 말한 것이었고 우리는 깜짝 놀랐었다
그는 옥천에서 노가 대를 한다고 몇 개월 동안 대전에 나타나지 않다가
갑자기 나타났었다
한동안 아는 동생한테 있다. 동생의 어려운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쫓겨났다
한동안 어디에서 생활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후에 그는 가까운 곳에 방을 얻어놓고 있었고
들리는 말에 의하면 옥천에 있으면서도 방세와 밥값을 80만 원 밀려놓고
도망왔다고 했고 어떤 할머니가 그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그는 그렇게 어떤 할머니가 방세와 밥값을 받으려고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잠적하다시피 했다
그러더니 아는 사람을 통해 하루에 5천 원씩 방값을 주기로 하고
들어갔는데 거기에서도 방값을 떼어먹고 아침 일찍 가방을 챙겨 나갔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어디로 갔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영문이다. 종 철이다. 말만 쌓인 먼지처럼 수북했다.
그리고 그는 일보다는 늘 자전거를 타고 동네 철거지역을 돌곤 했는데
지금은 종적이 묘연하다
사람들은 그가 이상하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까지 숨기고 살아가는 그에게 무슨 말 못할 깊은 사연이 있다고 했다
혹은 수상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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