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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맡김에서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392 등록일: 2011-12-01
맡김에서
 海月 정선규

바람 부는 오후
수도꼭지에서 사르르 녹아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물처럼
아니 나무의 육체에서 한 방울의
피가 응고되어 떨어지는 것처럼
낙엽이라 불러  떨어진다

내가 보기에는
누군가에게 붙들려
다니는 듯도 하고
혹은 데려감을 당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 색깔과 냄새가 없는 서정이
말씀으로 비친다

떨어진 낙엽에도 생기가 있을까?
데려가는 바람으로 부를까
데려감을 당하는 낙엽으로 부를까
아니 어쩌면 낙엽은 바람에 순종하는 것인지도
맡김에서 믿음의 분량으로 떨어지는 것인지도
이윽고 난 뒹구는 낙엽이 평안해 보인다

자연의 생태가 맡김에서 불러 일으켜 오는
그것 마음이 평안하고 누군가가 있다는 기대
그리고 설렘 난 이것을 부름이라 부른다
그가 날 이렇게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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