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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
딱따구리에 찍힌 아쉬움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823 등록일: 2010-10-01
딱따구리에 찍힌 아쉬움

오늘 길을 가다가 발꿈치를 찍히고 말았는데
딱따구리한테 요긴하게 찍혀서 피가 많이 났어요
"무엇이라고요"
"나가 시방 딱따구리 사육하느냐고요"
그 딱따구리가 아닙니다
길을 걷다 보면 우리가 아주 흔하게 듣는 소리입니다
바로 여자들 하이힐의 딱딱거리는 소리를 지가 일명 딱따구리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아따 진짜 아프더라고요
슬리퍼를 신고 가는데 난데없이 누가 나의 그 무엇이냐
예쁜 나의 발꿈치를 폭행하잖아요
그래서 뒤를 돌아보았더니만 어처구니없게도 어떤 여자의 발바닥에
그 발꿈치가 물려 있지 뭡니까
그런데 아프기보다는 아쉬움이 더하더라고요
차라리 찍으려면 나의 마음을 찍지 와 죄 없는 이 발꿈치를 찍었을꼬
하는 그 말로다 형용할 수 없는 아쉬움이 그늘져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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