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아오르던 여름을 시원한 바람 소리에 말끔하게 씻어낸 가을 그 틈 사이로 빠끔히 얼굴을 내민다 서산에 걸려 꽃잎 떨어지듯 떨어지는 해처럼 이 밤하늘의 정전을 막은 별도 새벽이면 살포시 지려 하겠다 올여름 8월 밤이면 밤마다 무던히도 뒤쫓아와 내 목덜미를 잡고 더 없는 더위를 먹이려 애쓸 때면 나는 습관적으로 시원하게 잠재된 도도함에 돌돌 더위를 훔쳐나가는 대전천 변 물을 마주한 채 가로수 아래 벤치에 앉아 잠시라도 막다른 골목에서 더위와 싸워 대전천 변 시원한 물속까지 물러가게 했다 그러던 것이 세월의 걸음은 10월의 중턱 밑까지 아스라이 스며들어와 숨은 열기를 가라지처럼 뽑고 있는 것을 보니 감히 내 안에 숨어 자라던 열병의 덩어리가 뭉클 밀가루 반죽처럼 뭉치더니 울컥 목구멍을 넘어와 토악질과 함께 아주 힘들게 입 밖으로 힘껏 튀어나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온다 필시 이는 내가 갈망하는 것일 것이다 하늘도 그 원하는 것이 있어 저토록 무수히 별을 구름 사이에 어둠을 끼워 넣은 칠흑 같은 진액으로 첨가하고 있는 것일까? 전혀 희멀겋게 빛이 흩어지지 않은 채 빛의 촉이 고슴도치의 털처럼 도도하게 어둠에 칼침을 놓고 있다 별이 촉 질할 때마다 엉겁결에 나는 두 눈꺼풀을 내려 숨겨 놓는 찰라 나는 불현듯 순간순간 한 번은 죽었다 살아나는 꿈을 가졌다가도 멈칫 쏜살같이 날아가는 시간의 응시를 본다 아마 별을 헤아린다는 것은 별과의 교제이지 싶다 누가 시키지는 않았어도 밤새도록 빛을 더했다 빼는 별의 신비에 지식을 더하고자 한다 낯을 가릴 줄도 모르고 때를 찾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과 별빛이 반짝일 때마다 뭔가는 끊임없이 죽었다 살아난다는 어길 수 없는 영원한 약속의 편지를 준다.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면서 일어나는 희망의 변화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무수히도 내비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삶의 지경은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 것일까? 사념에 젖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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