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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통증의 유희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864 등록일: 2011-09-26

통증의 유희
 海月 정선규

통증이 힘든 고물상 일을 하는 동안
꾸준히 쫄깃하게 구워지는가
터널을 지나듯 찌찌 빵빵 확 트인 신경에서
기어나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정사정없는 닭집 주인이
휘두르는 방망이에 머리를 맞고 아른하게
죽음의 지경으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허리뼈에 깊이 스며들어와
소나무에서 진액을 갈취하듯
시물시물 용트림한다
얼마나 더 세심하게 느껴야 하는지
레이저 광선 같은 빛의 속도로
두 다리를 쭉 타고 내린다
직구로 공을 던지는 투구의 손맛을
알아가는 듯 절박하게 찢어져 한길로 왔다가
아홉 길로 쫓겨가는 다발성 광경을 보인다
또 이상하다
통증은 아리고 저리더니
다시 품행을 단정하게 하는지
내 신경 앞에서 머뭇거리다
서성이더니 이내 예리한 끝으로
타는 듯하게 살을 뚫고 밖을 향하는데
근육은 뭉게뭉게 일어 뻣뻣하게 뭉치면서
밀려오고 곧 그 핵은 폭발하여
눈이 부시게 이는 빛은 꼭 핵의 흰자의
강렬한 위력으로 실뿌리 같은 통증을
내 허리 깊이 힘껏 밀어 넣어
찢어질 듯한 신경 줄을 심하게 당겨 쫄깃한 맛으로
배추 절이듯 떨리는 전율에서 눈을 뜨는
내 안의 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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