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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가을비가 중얼거리다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604 등록일: 2011-08-13
가을비가 중얼거리다

  海 月 정선규

비가 중얼중얼 내린다
대나무 앉아 주르륵 움직이니
투 둑 부러지는 말로
대나무 회초리를 꺾고 있다

비가 중얼중얼 내린다
우리 집 지붕 앉아 또르르
굴러 떨어져 눈물 흐르더니
처마끝 부상자 구조하는 소리 뜸벙이다

비가 중얼중얼 내린다
물기 없는 땅덩이 눈가려 톡톡
때리니 쥐어짜진 흥건한 물이
온 바다 흉내 내어 흐른다


비가 중얼중얼 내린다
내 가는 앞길에 홍수도 장마도 아닌
찰랑찰랑 넘지도 못하는 못난이 성품
있을 만큼 간직하는 절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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