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밑바닥 인생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생각하곤 했었다 내 아버지 어머니가 작은 시골 농촌 마을에서 어렵사리 소작농의 삶을 살아왔음인지 정말 인생에서 밑바닥 삶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그리워하며 공사판 막노동꾼을 손꼽아 지켜보기 도 했고 대전역전시장 앞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 나 이불 한 장 없이 하늘을 지붕 삼아 새우잠 자며 망부석처럼 그 삶에 매인 채 찬바람 부는 새벽부터 밤 9시까지 채소 파는 아주머니를 지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막연함 속에서 절망의 외로움만 더 해갈 뿐이었다 언젠가 누군가 내게 말했다 선규야! 그러지 말고 손수 네가 손수레도 끌어 보고 노점상도 해보면서 정말 밑바닥 생활 체험 해 그들의 마음과 아픔을 알고 글로써 살려내면 어떻겠냐고! 이 땅에서 아파하고 소외된 채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을 대변하면서 잘 알려지지도 않고 세상 사람이 모르는 그들만의 삶을 글로써 세상에 알리면 좋지 않을까 하는 귀띔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고물 하는 친구가 찾아왔다 평소에 워낙 자존심이 강한 친구인지라 웬만한 일은 나에게 잘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그날만은 달랐다 마치 그 친구가 대중의 삶을 대변하며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희망이라는 생기를 주어 쓰고 싶은 대중문학 시민문학을 지향하고자 하는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그렇게 찾아와 체험담을 들려주었다 "네가 웬일이냐" 그 친구의 하소연이 시작되고 있었다 "세상에 내 마음 같은 사람은 없더라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은 없더라" 이 말에 나는 눈치를 챘다 "무슨 일이 있었구나" 하고 말이다 나는 말 없이 그 친구만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 친구의 표정은 확실히 꽤 실망스러운 표정 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고물 하잖아 어제 중촌동 현대아파트 앞을 지나다가 50대 초반에서 후반쯤 되는 듯한 중년 여인을 만났는데 손수레를 끌고 가는 나를 보더니만 구세주라도 만난 양 내게 다가와 이렇게 묻더라고 "아저씨 신문값 어떻게 해요" 이 말에 나는 얼른 눈치를 챘어 아! 이 여자는 지금 고물 시세를 알고 싶어하는구나 나는 이렇게 대답을 했지 "아주머니 고물은 권장소비자 가격이 있는 것 도 아니고 정가가 매겨져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각 고물상에서 부르는 것이 값인지라 가는 곳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보통 230원에서 250원까지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주머니 그 돈을 받으시려면 손수레 끌고 다니며 고물 하는 사람에게 물으시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고물 주워 돈을 만드는 사람인데 무슨 돈이 있어 돈을 주고 고물을 사겠습니까? 114로 전화를 해서 중촌동에서 가장 가까운 고물상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값을 물어보고 파실 만하시면 파세요 신문은 얼마나 되세요 하고 물었지 그러자 그 여자가 말했어 "한 트럭 아니 두 트럭 손수레로 하나 아니 둘" 하는 것이었어 나는 다시 그 여자에게 말했지 아주머니 제가 거래하는 고물상에 연락을 취해 놓을 테니까 그 고물상에 파세요 그 물량이라면 고물상에서 차를 가지고 직접 실 러 올 것입니다. 그러면 신문을 차에 다 싣고 아주머니가 차에 함께 타고 고물상까지 간 후 신문을 계측하는 것을 지켜보시고 확인해서 돈 받으시면 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고물은 양이 아니고 오직 무게입니다 제가 알기에는 신문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책과 신문은 장난이 아닙니다 파지는 비교도 안 됩니다. 비교적 자세한 설명을 해주면서 될 수 있으면 직거래를 통해 고물상에 팔 것을 권유하면서 신문의 양을 봐야지 그냥 말만 듣고 돈이 얼마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말하면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지 될 수 있으면 고물상에 직거래해라 만약 그것이 싫다면 나한테 주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나한테 주고 비교적 상세한 고물정보를 주었으니 그다음부터는 자신이 알아서 팔아 다 가져가라 싶었지! 그렇게 말은 길어지고 그 여자가 말했어 "아저씨 우리 학원이 바로 이 앞인데 같이 가서 보실래요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그래서 나는 이왕 늦은 것 한번 가보기나 할까 싶은 마음으로 그 여자를 따라나섰지 학원은 중촌동 현대아파트에서 내려와 큰 도로 건널목 건너 중앙고등학교 옆에 있더군 그 여자의 안내를 받아 한영한국어학원으로 들어서자 아주 작은 강의실과 사무실이 있고 복도 끝으로 창고가 있는데 신문은 그곳에 있었어. 들어가 보니 전에는 강의실로 사용했었던 것 같은데 수강생이 줄어서인지 아니면 혹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온갖 잡동사니가 다 들어 있었어 신문 강의용 탁자 액자 그림 파지 가방 쇳조각 캐비닛 가스레인지 달력에 먼지가 뒤범벅으로 있었지 이건 내 짐작인데 그 여자는 아마 원장이거나 원장 사모인듯했어 막상 들어가서 보니 신문 양이 장난이 아니더군 나는 눈으로 한번 둘러보았지 저울에 달아보지 않았지만, 얼핏 손수레로 하나 가득 되겠다 싶은 것이 50000원은 나오겠다 싶은 마음에 50000원을 이야기했더니 도저히 못 믿겠다는 듯이 다시 한 번 나한테 확인차 물어보더군 "아저씨 50000원이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어 정확하지는 않아요 플러스마이너스 50000원인데 저울에 올려놓지 않는 한 정확도는 떨어지고 다만 이건 막연한 제 생각입니다. 그러자 그 여자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것이었어 "창고에 있는 신문 치우려고 고물 하는 아저씨 만나서 물어보니까 50000원은 받는다고 하네 내가 알아서 치울게" 그리고 벽에 붙어 있는 스펀지 다 뜯어내고 페인트칠해야겠어." 전화를 끊더니 "아저씨 저하고 같이 신문 묶어요" 이때까지 나는 그 여자의 의중을 확실히 알 수는 없었으나 한가지 아는 사실은 어쨌든 같이 치워주고 청소해주다 보면 그래도 뭔가는 주겠지 하는 마음과 오늘은 못 가지고 가더라도 이렇게 뿌려놓고 투자해 놓으면 다음번에는 거두겠지 가까이 보지 말고 멀리 보자 하는 마음에 거래처 한곳 뚫는다는 심정이었어 그런데 그 여자가 하는 말이 "아저씨 벽에 부착된 스펀지 제거해주시고 신문 다 가져가실래요. "하는 것이었어 그래서 나는 잘 됐다 하고는 얼른 대답했지 예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까지 열심히 신문을 묶어서 밖에 계단으로 내놓았지 물론 그 여자도 같이했어 이렇게 저렇게 정리하다 보니 제법 많은 신문이 묶어졌고 책 한 상자까지 오늘 봉 잡았다 싶었지 거기다가 파지와 자전거 가스레인지 가방 쇳조각을 다 가지고 가라는 거야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어 약속대로 나는 벽에 부착된 스펀지를 열심히 쉬지 않고 뜯어냈고 이런 나를 보고 그 여자는 물었어 "아저씨 배고프시지요. 라면 한 개 끓어 드릴까요" 나는 늘 그렇듯 괜찮습니다 아침 먹고 왔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하고 말했고 그 여자는 다시 "아저씨 괜찮아요 미안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배고프시면 말씀하세요" 그래도 나는 역시 괜찮다고 했어 속으로 이 사람아 지금 라면이 문제야 이 정도면 라면이 아니라 라면 할아버지가 와도 안 먹어 오전 중으로 날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빨리 마치고 오후에는 안방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 나도 편히 쉬어야지 하는 일념으로 일했어 잠시 후 어떤 남자가 들어왔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얼핏 보기에는 학원 강사쯤 되겠지 싶었어 그 남자는 삐죽 내가 일하는 것을 들여다보고는 그 여자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더니 사무실로 들어갔고 잠시 후 그 여자는 다시 내게 물었어 "아저씨 자장면 시켜 드릴까요" 그때야 나는 하는 수 없이 말했어 "예 그렇게 하세요." 벽에 부착된 스펀지는 어느새 다 제거가 되었고 창고 안에 들어앉아 있는 못쓰는 물건을 계단 아래로 끌어내려다 놓아야 했어 그런데 말이야 다 나 혼자 들겠는데 책상을 못 들겠는 거야 그래도 시도나 해볼까 하고 빨리 마칠 욕심으로 나 혼자 들어볼까 하는데 그 여자가 말렸어 "아저씨 무거워서 혼자 못 들어요 그냥 복도까지만 내놓으세요" 하는 수 없이 나는 포기하고 들을 수 있는 것만 다 들어 계단 아래 내려다 놓았지 그런데 그 여자가 꾀를 내더군 그게 말이야 "아저씨 자장면 시켰어요 조금 있으면 자장면 아저씨 오실 거예요 같이 책상을 들어서 계단 아래 내려다 놓으세요" 당연히 나는 그러겠다고 말했고 잠시 후 자장면이 도착해서 막 내려놓고 계단을 내려가는 자장면 아저씨를 붙들고는 같이 들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두 사람이 들어서 계단 아래 내려놓았고 그 여자는 강사인지 뭔지 모르는 남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어 "자장면 하나 시켜줄까?" 하지만 그 남자는 싫다고 거절했고 그 여자와 나만 둘이 자장면을 뚝딱 한 그릇씩 해치웠지 그 여자는 내가 자장면을 다 먹자 이렇게 말했지 "아저씨 이제 싣고만 가시면 되겠네요" 나는 그냥 웃기만 했어 이때까지 나는 그 여자의 의중을 확실히 알 수는 없었으나 한가지 아는 사실은 어쨌든 같이 치워주고 청소해주다 보면 그래도 뭔가는 주겠지 하는 마음과 오늘은 못 가지고 가더라도 이렇게 뿌려놓고 투자해 놓으면 다음번에는 거두겠지 가까이 보지 말고 멀리 보자 하는 마음에 거래처 한곳 뚫는다는 심정이었어 그런데 그 여자가 하는 말이 "아저씨 벽에 부착된 스펀지 제거해주시고 신문 다 가져가실래요." 하는 것이었어 그래서 나는 잘 됐다 하고는 얼른 대답했지 예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까지 열심히 신문을 묶어서 밖에 계단으로 내놓았지 물론 그 여자도 같이했어 이렇게 저렇게 정리하다 보니 제법 많은 신문이 묶어졌고 책 한 상자까지 심지어 캐비닛과 그속에 들어 있는 책까지 다 가져가라는 거야 나는 정말로 오를 봉 잡았다 싶었지 거기다가 파지와 자전거 가스레인지 가방 쇳조각을 다 가지고 가라는 거야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어 약속대로 나는 벽에 부착된 스펀지를 열심히 쉬지 않고 뜯어냈고 이런 나를 보고 그 여자는 물었어 "아저씨 배고프시지요. 라면 한 개 끓어 드릴까요" 나는 늘 그렇듯 괜찮습니다 아침 먹고 왔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하고 말했고 그 여자는 다시 "아저씨 괜찮아요 미안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배고프시면 말씀하세요." 그래도 나는 역시 괜찮다고 했어 속으로 이 사람아! 지금 라면이 문제야 라면이 아니라 라면 할아버지라도 안 먹어 오전 중으로 날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빨리 마치고 오후에는 안방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 나도 편히 쉬어야지 하는 일념으로 했어 잠시 후 어떤 남자가 들어왔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얼핏 보기에는 학원 강사쯤 되겠지 싶었어 그 남자는 삐죽 내가 일하는 것을 들여다보고는 그 여자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더니 사무실로 들어갔고 잠시 후 그 여자는 다시 내게 물었어 "아저씨 자장면 시켜 드릴까요" 그때야 나는 하는 수 없이 말했어 "예 그렇게 하세요." 벽에 부착된 스펀지는 어느새 다 제거가 되었고 창고 안에 들어앉아 있는 못쓰는 물건을 계단 아래로 끌어내려다 놓아야 했어 그런데 말이야 다 나 혼자 들겠는데 책상을 못 들겠는 거야 그래도 시도나 해볼까 하고 빨리 마칠 욕심으로 나 혼자 들어볼까 하는데 그 여자가 말렸어 "아저씨 무거워서 혼자 못 들어요 그냥 복도까지만 내놓으세요" 하는 수 없이 나는 포기하고 들을 수 있는 것만 다 들어 계단 아래 내려다 놓았지 그런데 그 여자가 꾀를 내더군 그게 말이야 "아저씨 자장면 시켰어요 조금 있으면 자장면 아저씨 오실 거예요 같이 책상을 들어서 계단 아래 내려다 놓으세요" 당연히 나는 그러겠다고 말했고 잠시 후 자장면이 도착해서 막 내려놓고 계단을 내려가는 자장면 아저씨를 붙들고는 같이 들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두 사람이 들어서 계단 아래 내려놓았고 그 여자와 나는 자장면을 먹었어 강사인지 뭔지 모를 남자는 그 여자가 자장면을 시켜준다고 하자 싫다고 하더군 아무튼 그 바람에 자장면 한 그릇을 다 해치우고 이제 묶어놓은 신문을 손수레에 싣기 시작했지 신문을 싣다 보니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신문 무게가 장난이 아닌데 신문만 하나 가득 실었다가는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손수레를 끌고 간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나는 생각을 바꾸어 실었던 신문을 삼분지 일정도 덜어내고 그 위에 신문보다 가벼운 자전거와 가스레인지 가방 파지 쇳조각 가방 책을 실었어 어차피 한꺼번에 다 가져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두 번 왔다갔다해야 하는데 나머지 신문을 나중에 가져가기로 한 것이지 그런데 그 여자가 학원에서 나오더니 태클을 거는 거야 "아저씨 왜 자전거 실어요. 신문부터 가져가세요." 그래서 나는 말했어 신문만 한꺼번에 다 싣고 가면 너무 무거워서 힘드니까 신문은 나중에 다시 한번 와서 가져가고 자전거부터 실었다고 그랬더니 그 여자의 말이 점점 더 이상해지는 거야 "아저씨 그러지 말고 신문만 다 실으세요" 나는 왜 그러느냐고 물었고 그 여자는 삼성동에 자전거 포가 있는데 자기 자전거가 고장 나서 자전거포에 가야 하니까 그 참에 같이 가자는 것이었어 그래서 나는 그렇게 하라고 했지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많은 신문을 싣고 혼자 손수레를 힘들게 끌고 오는데도 세상에 뭐 그런 여자가 다 있어 한 번도 밀어주지도 않고 자기 자전거만 끌고 오다 탔다 하면서 뒤에 따라오더라고 그러면서 아직 멀었냐고 몇 번씩 물어보더라고 아무튼 그렇게 힘들게 온몸에 땀으로 목욕하고 고물상에 도착해서 계량기 위에 올라서니까 2백K가 조금 넘더라고 나중에 돈을 주는데 5만 천 원 주더라고 그 돈을 내가 받았는데 그 여자가 고물상 안으로 들어오면서 얼마 받았느냐고 묻는데 고물상 사장도 얼마 주고받았는지 알고 종업원도 알고 사모도 아는데 거짓말할 수도 없고 5만 천원 그대로 보여주었지 그랬더니 그 여자가 말하는 거야 천원은 아저씨 가지고 가고 5만 원을 달라면서 이렇게 말하더군 학원 캐비닛도 있고 그 안에 책도 있는데 지금 가져온 것에 반은 될 거라는 거야 말하자면 반씩 나눠 먹자는 식이지 그 여자는 내 손전화번호를 물어보았고 나는 이전에 말했듯이 손전화가 물에 빠져서 연락이 안 된다고 말했지 그러자 그 여자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 그럼 고물상으로 연락할 테니까 연락하면 오라고 하지만 나는 그때 알았어 그 여자는 말뿐이었어 정작 고물상전화번호를 묻거나 적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는 알거든 결국 나는 그날 가스레인지 가방 파지 쇳조각 책 한 상자 자전거만 가지고 오고 3주가 지난 지금도 그 여자는 연락이 없다는 거야 참으로 가슴 아픈 사연이었다 5만 원에 제 양심을 팔고 그래도 먹고 살자고 고물까지 서슴없이 하는 선량한 젊은이 가슴에 대못을 박아 좌절하게 하다니 과연 그 여자는 신문 판 돈 5만으로 부자가 될까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말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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