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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비 내기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606 등록일: 2011-07-25
비 내기
海月 정선규

속속 아스팔트 위의 파편이 꽂힌다
옆의 돌담길은 불꽃 튀는 왕관을 내리받아
신임받아 왕의 자리에 오르느라
마음의 별이 뜬다
하늘은 그에게 그런 바람을 주었겠지
주룩주룩 온 종일 먹줄을 튕긴다
얼마나 더 많은 비를 대지 위에 심어야
만족하려는지
방울 톡 방울 톡 떨어져 깨어지는데
비 내기는 아! 뜨뜨뜨 뜨거워 똠방똠방
물 위를 뛰어 도망가는가 싶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시뻘겋게 유황불 속에서
너무 뜨거워 팔딱팔딱 뜀틀을 넘는 춤이 성행하면서
이윽고 이불빨래 통에 담아 하얀 보드라운 살결
잘근잘근 씹으며
밟아 빨던 누이를 만났는가 착각에 젖을 때
머리 스치는 양 떠오른다
안전화 없이 공사현장에 들어간 부주의로
못에 찔렸는가?
금방 잡힌 싱싱한 잉어를 만나듯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아픈 발을 고통스러워 하며
틀어쥐는 모델을 자처하고 있다
왜일까?
내 삶에 연약한 치부처럼 드러나는
연약한 모습은 마음에 걸린 채
내 영혼은 쓰러질 듯이
현기증으로 소용돌이치는 찰라
여기저기 토닥토닥 비 심는 하늘의 손끝으로
나를 맡겨 심으려 한다

하늘이시여!
내 생명을 찾아드는 단비는 없습니까?

오늘 비 내기에 나 혼자 바가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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