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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에 잡혀간 남자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504
등록일:
2011-07-04
고물에 잡혀간 남자
海月 정선규
6월의 감자가 골목에서
익던 날
이글이글 잘 빠지는
더위에 미끄러지는
손수레를 끌고 흐물흐물
그 남자가 스며든다
대전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가
눈에 선한 것처럼 한 집 건너 한 집이
벌어져 틈바귀를 이루고 있는 종이 상자가
요물주물 억지 춘향으로 한입에 모금은 듯
심한 옹 이에 몸을 가눌 수 없을 성 싶은
형상을 갖추었다
선화동을 벗어나
중촌동 네거리의 현대칼라에서
속을 다 토한 하얀 화공약품 물랭이 통에
빈 종이 상자를 취하고
지하로 내려가 칼에 쭉쭉 나간
뻣뻣한 종잇조각을 주섬주섬 묶어 들인다
잠시 남자는 멈칫한다
이렇게 해서 돈이 될까
종이만 다독인다고
돈이 가파르게 쌓일까?
뒷맛이 영 찝찝하면서 석연치 않다
속 끓이듯 뽀글뽀글 가슴앓이는
움직이고
머릿속으로 큰 거미가 지나간다
촘촘한 거미줄은 팽배하게 과녁처럼
뚜렷하게 그려지고
발판 철사 서식 철근 핀은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초롱초롱 빛을 토하면서
서서히 서쪽 하늘에서
그 남자 데려감을 생성하고
있었다
고물에 잡혀간 남자<BR><BR> 海月 정선규<BR><BR>6월의 감자가 골목에서<BR>익던 날<BR>이글이글 잘 빠지는<BR>더위에 미끄러지는<BR>손수레를 끌고 흐물흐물 <BR>그 남자가 스며든다<BR><BR>대전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가<BR>눈에 선한 것처럼 한 집 건너 한 집이<BR>벌어져 틈바귀를 이루고 있는 종이 상자가 <BR>요물주물 억지 춘향으로 한입에 모금은 듯<BR>심한 옹 이에 몸을 가눌 수 없을 성 싶은<BR>형상을 갖추었다<BR><BR>선화동을 벗어나<BR>중촌동 네거리의 현대칼라에서<BR>속을 다 토한 하얀 화공약품 물랭이 통에<BR>빈 종이 상자를 취하고 <BR>지하로 내려가 칼에 쭉쭉 나간 <BR>뻣뻣한 종잇조각을 주섬주섬 묶어 들인다<BR><BR>잠시 남자는 멈칫한다<BR>이렇게 해서 돈이 될까<BR>종이만 다독인다고 <BR>돈이 가파르게 쌓일까?<BR>뒷맛이 영 찝찝하면서 석연치 않다<BR><BR>속 끓이듯 뽀글뽀글 가슴앓이는<BR>움직이고<BR>머릿속으로 큰 거미가 지나간다 <BR>촘촘한 거미줄은 팽배하게 과녁처럼<BR>뚜렷하게 그려지고<BR>발판 철사 서식 철근 핀은<BR>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BR>초롱초롱 빛을 토하면서<BR>서서히 서쪽 하늘에서 <BR>그 남자 데려감을 생성하고 <BR>있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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