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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그 남자의 길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219 등록일: 2011-06-28
그 남자의 길

 海月 정선규

6월의 더위는 감자 삶듯
매끄럽게 잘 빠져 늘씬한 비좁은 골목을
미끈하게 하게 쭉 뻗었는데 
한 사내가 손수레를 끌고 간다
온 몸은 둑이 터져버림 같이 땀으로
질퍽한 것이 잘 익은 감자를 연상케 한다

이보다 더 가련한 것은
한 집 건너 한 집 징검다리 건너
틈바귀 사이에서 다소곳이 고개 내밀고
땡볕이 내리쬐는 삼경이네 대문 앞에
언제오나. 안 오네 그러아니할찌라도
차분하게 멀리 보고 앉아
골목 모퉁이를 돌아 그 사내가 보이기만을 기대하며
시간을 기다림에 묻어버린 채 뜨거운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삭바삭 몸 뚱어리 일어나는 것도
모르고 눈 길 돌릴 줄 모르는데

이윽고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생각하는
묵상을 하듯 그 사내에게 모든 마음을 다 빼앗긴
선풍기 종이 상자 안에서
빠끔히 고개 내밀어 눈빛으로
골목 안을 싹쓸이하는 신문과
동이네 집 막내 동생 동방이가
연필을 꾹꾹 눌러 쓴 공책이
똘방똘방한 자태를 흐드러지게 토하고 있고
어제 저녁 마지막 바가지 긁는 소리를 낼을 법직한
쌀 종이 포대 속의 잡동사니 조각니고 구겨진 채 찢긴
잡동사니 종이조각을 꼭꼭 눌러 심한 옹앓이 한다

한 낮의 뜨거운 열기에 숨 죽이느라
저녁 7시에 대한복지자원을 떠나 선화동 여관 골목을
들어서 대여섯개 승강장을 쉬엄쉬엄 걸어 
립스틱을 진하고 바르고 머리를 꽈리틀어 올린 
도도한 페르시아 모텔 여 주인이 내놓은
맥주병 소주병이 나뒹구는
네번째 승강장을 들러 잠시 쉼표를 찍고는
어디 돈이 될법한 집 나온 목이 뻣뻣하고
등 가죽이 딱딱한 녀석 없는가
한식이네 집 대문 앞에 멈추어 서성이며
이렇게 저렇게 내놓은 쓰레기더미 속에서
수배한 놈 찾아 걸러내는듯 하더니
아주 질긴 놈 하나 플라스틱 더미에서
물랭이 놈에 멱살잡아 올린다 했더니
작은 비닐봉지를 헤집어
태평하게 둥글게 숨어있는 프라이팬
허리띠를 잡아올려 태운다

어느새 사내는 손수레를 끌고 선화동을 벗어나
중촌동 사거리에 접어들어 단골손님인
현대칼라 앞에 손수레를 멈추고 비지땀을 손으로
닦으며 계단을 올라 2층 현관문 앞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화학약품 통인듯한 하얀 물랭이 통과
옹기종기 다발적으로 포도알 맺히듯 모여있는
종이 상자을 주섬주섬 챙기어 내려와 손수레에 싣고
길다란 골목을 따라 목동으로 밀려들오는가 싶더니
조금 전보다 조금은 약해진듯한 열기를 느끼며
긴밀히 태양과 협조하듯 빨간 마후라 식당 앞에
나와있는 주인이 타지 않는다며 가져가라는
후한 인심을 놓칠세라 얼른 싣는다

종이상자 1키로에 200원
대략 10키로는 되겠다 2000원 상당
신문 230원 모르긴 몰라도
경험상 이것도 역시 10키로
2300원 상당에 육박하다
플라스틱 물랭이 겨우 5키로
250원씩이라
1250원 상당
아크릴 글쎄 들어보니
5키로 정도 500원씩 2500원 상당
그래도 반환점을 돌아 종점으로
치달아갑면 만 2,3000원은 될성 싶은 감이
거미줄 치듯 얼기설기 결집한다

하지만 이것은 오산일까?
반대편에서 절대적인 사내의 은밀한
은어가 은쟁반에 은구슬 굴러가듯
사내의 마음에서 치밀하게 부어올라  
사랑니처럼 잇몸을 뚫고 나온다
어디쯤 왔을까?
어제 그 자리 맞는가
돈 되는 철근 나뒹굴고 어림없는 철사 동가리가
철없는 아이처럼 방황하는 아들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미친듯이 먼지 뒤집어 쓰고 있던 철사에
튼튼한 아시바 그리고 폼 오늘 진짜 돈 되는 손님을
많이 선정해야하는데 입맛이 돈다
그러더니 끝내 감칠맛으로 돌아가더니
이제는 눈에 들어오는 손님 중 돈 될 법한
것들만 골라 태우는 고도의 기술을
생각하며 물질만능에 서서히 퇴색해가는
자신을 몰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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