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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참나무 숲에서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511 등록일: 2011-06-06
참나무 숲에서

지난 늦가을의 어느 날인가
10여 년 전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만난 친구의 초대를 받아
그의 고향인 충청도 산골 충남 금산군 복수면 용진리에 바람 좀 쐴 겸
삶이 찌들고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잠시라도 가을의 낭만을 마음껏 느끼고
싶은 마음 하나만 가지고 빈 몸으로 대전에서 내려갔었습니다
때가 때 인만큼 가을의 문턱에는 참나무 숲이 태양을 가린 채
청량한 천연사이다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통에 더는 견딜 수 없어
나뭇가지 끝에 귀걸이처럼 한 듯 매달린 꼭지를 떠나 깨어지는 맑은 음파를
솔깃하게 파내어 내 귓전으로 전송하고 있었습니다
참나무 열매를 다른 지역에서는 무엇이라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내 고향 충청도 금산에서는 굴밤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참나무를 굴밤나무라 부르기도 합니다
흔히들 도토리묵이라 하지만 어릴 적 보면 우리 동네 뒷산에는
키 작은 도토리나무도 많았지만 우람하고 늠름하게 키가 큰 참나무가
많았습니다
특히 우리 집 바로 뒷산에도 참나무가 많아서 가을이면
굴밤이 지붕으로 떨어져 기와 때리는 소리가 들려 우리는 늘 말하기를
귀신이 곡하는 소린 줄 알고 자랐습니다
시간은 흘렀어도 그 시절 내 고향 산천은 아니지만
같은 금산군 작은 또 하나의 참나무 영토에서 굴밤이 우수수 떨어지다
멈추었다 싶으면 하나 둘 간격을 두고 떨어지는 멋은 여전히 품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말이 도토리묵이지 도토리는 하나도 섞이지 않은 채 굴밤만 담뿍 넣어
엄마 손맛으로 맛있게 만들어 먹던 추억이 그립습니다
한 일화가 생각납니다
어느 남자가 이 마을 앞을 지나는데 그때 마침 때도 가을이고
마을 꽃순이네 집으로 가려면 어차피 참나무 숲이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야 하는지라 좋든 싫든 그렇게 지나가게 되었는데
바람이 불면 참나무 위에서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뭔가가 우수수 쏟아지고
뭔가 알아보고자 소리 나는 쪽으로 달려가 허리 숙이고 땅바닥을 바라보고 있으면
누군가 다가와 얄밉다며 머리를 대 툭 쥐어박는 것처럼 머리 위로 떨어지는데
다행인 것은 그나마 모자를 썼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신사는 대머리였고 참나무 열매는 머리 위로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손이 머리를 향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데
자신이 대머리라는 사실을 잠깐 잊었던지 잊을 만하면
자꾸 툭 하고 떨어지는 참나무 열매 때문에 머리 위로 손이 한 번 올라가
두 번 올라가 내리락오르락 번거로움도 잊고 떨어진 참나무 잎을 뒤적거리면서
열심히 참나무 열매를 찾다가 가면 갈수록 심해지는 손놀림에 모자가 벗겨져 나가고
이것도 모르고 있던 신사가 모자 벗겨질까 싶은 마음이 들어 자신의 머리를 보듬다 보니
모자는 온데간데없고 머리카락 없는 빈들이 느끼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도 모순인가? 나는 머리카락 없는 빈들에 참나무 열매 세례받아 곤욕 치르는데
 참나무는 나에게 참아라. 참아라 하면서 저는 열매를 참지 못해 자꾸자꾸 빈정거리며 떨어뜨려
빈들을 상하게 하여 아프게 하니 참나무가 세상에서 제일 싫더라"
꽃순이 집에 가서 하소연만 챙기다 정말 해야 할 달콤한 결혼 이야기는 그대로 접어놓고
호들갑 떨다 떠났다는 이 세상에서 제일 큰 행복을 참나무에 도둑맞았다는
남자의 일화입니다
정말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참나무의 이야기임은 틀림없습니다
행여 나도 남에게 참아라. 참아라 하면서 아프게 한 일은 없는지 두려움으로 되돌아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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