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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아빠와 아들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817 등록일: 2011-06-01

아빠와 아들

젊은 아빠가 아이스크림 생각이 나서
동네 슈퍼를 가면서 완구점 앞을 지나가다
신발에 못이 박혔는지 아니면 무궁화 꽃이 아직
안 피었는지 우뚝 서서 완구점 안을 한동안
멍하니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내 보기에는 그 흔하고 흔한 아이들 장난감이
봇물 터지듯 온 대지를 덮듯 가게 안을 점령하고
있을 뿐인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싶은 마음에
그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아니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왔으면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으로 골라
사가면 되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덩달아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옆에 서서 완구점 안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옆에서 젊은 아빠의 말이 들려왔습니다
"아! 미치겠다
벌써 건담 2가 나왔네
어제 건담 사줬는데 오늘 건담 2가 나왔어
정말 미치겠네"
나는 젊은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완전히 미소가 가신 채 무덤덤한 표정으로
지나는 말처럼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전혀 감조차 잡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 궁금한 끝에 물어보았습니다
"사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젊은 아빠는 내 말을 들은 것인지 못 들은 것인지
아랑곳하지 않고 슈퍼 안으로 들어가더니
스크루 바와 돼지바를 비롯해 팡파르 바를 사서 나왔습니다
나는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사장님 아까 그 말이 무슨 말이라요
혹시 사장님 아직도 장난감 가지고 노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젊은 아빠는 그래도 말이 없었습니다
나는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남에게 말 못 하는 고민이 있겠지
인생 뭐 있는가
살아가는 고민뿐이지
이렇게 저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제 도착했는지 젊은 아빠의 집 앞이었습니다
옥상에서 아이스크림 사오는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들이 헐레벌떡 뛰어나와 아빠를 반겼습니다
"아빠! 아이스크림" 하면서 젊은 아빠가 손에 쥐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얼른 빼앗아 갔습니다
그러자 젊은 아빠는 순간적으로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 아빠는 이제 너한테서 벗어나고 싶다"
아들은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며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아빠! 이해가 안 되는 말이에요"
젊은 아빠는 힘 빠져 소파에 그대로 몸을 눕히면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어제 건담 사달라고 해서 사줬는데 오늘 건담 2가 나왔으니
너 또 건담2 사달라고 할 것 아니야
내가 미치겠다."
그제야 나는 젊은 아빠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을 조금은 알 듯도 했습니다
먼 훗날 아들은 손자의 아빠가 되어 이후에 알리라는
간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자꾸 전해져 내려가면서 깊어가는 사랑의 서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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