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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들녘에 서서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277 등록일: 2011-05-25
들녘에 서서
 海 月 정선규

우리 논엔 쌀독이 있다
가을이면 툭툭 털어낼 벼 이삭
돌아가는 탈곡기가
무뚝뚝하게 떨어뜨려 내는 쌀톨들
부지런히 앞치마 헤아려
놓칠세라 떨어질까
잎이 말라진 바스락거리는 마음이
요리조리 바싹 다가서 온다

눈먼 저녁 감기는 햇살이 일면
조랑 박 하나 가득 밥 짓는
배부른 밥솥의 끓어 오르는 들썩이는 소리
모락모락 김 뿜어 피어지는
밥상머리 소복이 피어올라
백만 송이 이야기꽃으로
어머니 아버지 마음의 꽃밭에서
가족들에게 내어주던 극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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