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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꽃피는 봄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437 등록일: 2011-05-20
꽃피는 봄
 海 月 정선규

바람 틈으로 흘러나오는
봄비의 물량이 또로록
새싹머리 꿰어 당긴다

일, 이, 삼, 사
투명한 눈금의 수치가
뒤꽁무니 빼놓은 채

걸음아 날 살려라
진달래 나무로 피신했는데
가지 끝에서 움트는 소리가
사이다 병마개 뚫고 끓어 오른다

폭삭하고 부끄러운 분홍빛
일곱 색깔 무지개 하나하나 일곱 등분 내어
여기저기 필만큼 갈라 꽃잎 놓으니

조금은 늦게 출근한 야생화가
밤새워 배운 도둑질로 봄기운 삽입하더니
횡설수설 피고 또 피워 다복한 산천의 꽃들이
코끼리 등짝에 전세살이 일 년을 또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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