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디좁은 역전시장 골목길에 막 접어들었을 때 몸매가 호리호리한 아주머니 한 분이 촉촉이 물에 젖은 채 가지런히 손수레 위에 누워 먼 산을 탐닉하다 금방이라도 팔딱 일어설 것만 같은 고등어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유심히 눈요기하는 것인지 혹은 싱싱한 눈빛으로 격앙되는 것인지 푸른 등 빛이 잘록한 허리로 허리끈 없는 바지처럼 흘러내릴 듯한 고등어에 반했을까? 눈을 떼지 못하고 몰두하여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고등어 처음 봤나. 그것도 아니면 금테 둘린 고등어인가?" 별의별 상상을 별처럼 총총 떠올리고 있을 때 지나가야 하는데 가뜩이나 비좁은데다 앞에서 아주머니가 버티고 있으니 가지도 못 못하고 오지도 못하며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빨리 나가라는 고성이 울렸습니다 아주머니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고는 미안하다는 내색을 엿보이며 옆으로 비켜주었습니다 나도 움직이는 행렬을 따라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는데 뒤에서 고등어 장사 할머니와 아주머니의 대화 창이 날아왔습니다 "아줌마 사려면 빨리 사가고 말면 말지 왜 그렇게 고등어를 뚫어져라 바라만 보고 있어 다 닳아 없어지겠네" 할머니의 말씀이 끝나자 아주머니의 말이 들렸습니다 "할머니 고등어한테 고등어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 말이 안 나오네요 그래서 사지도 못하고 그냥 가지도 못하고 이렇게 두손놓고 보고만 있었어요" 이 말에 기가 막히는지 할머니는 아주머니에게 팔라고 사정을 해도 안 팔 테니 제발 가라고 소리치자 아주머니는 아주 공손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제가 이 고등어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바다는 말을 낳지 고등어. 파도. 폭풍. 뭍. 등대. 배. 항구 섬. 해물. 만선. 부둣가. 수평선. 바다는 말을 아끼고 있을 뿐이지 어찌 보면 삶을 낚고 있지. 살아 있는 말은 다 지니고 있으면서 때를 보며 쓰도록 하고 있어. 밑도 끝도 없는 무아지경으로 빠지다 보니 본의 아니게 폐를 끼쳐 드렸네요 할머니!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 그리고 고등어 세 마리 주세요." 듣다 보니 정말 바다는 광활한 언어의 자원을 소망으로 배웅합니다 바다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수많은 언어 속에서 우리의 일상이 살아 있다는 생생한 꿈을 펼쳐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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