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 문인서재 / 문학관.com / 문인.com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문인.com
작가별 서재
김성열 시인
김소해 시인
김순녀 소설가
김진수 큰길 작가
김철기 시인
류금선 시인
문재학 시인
민문자 시인
배성근 시인
변영희 소설가
송귀영 시인
안재동 시인
양봉선 아동문학가
오낙율 시인
윤이현 작가
이기호 시인
이영지 시인
이정승 소설가
이룻 이정님 시인
이창원(법성) 시인
정선규 시인
정태운 시인 문학관
채영선 작가
하태수 시인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이효석문학관

 
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고등어 세 마리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430 등록일: 2011-05-13
고등어 세 마리

좁디좁은 역전시장 골목길에 막 접어들었을 때
몸매가 호리호리한 아주머니 한 분이 촉촉이 물에 젖은 채
가지런히 손수레 위에 누워 먼 산을 탐닉하다
금방이라도 팔딱 일어설 것만 같은 고등어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유심히 눈요기하는 것인지 혹은 싱싱한 눈빛으로
격앙되는 것인지
푸른 등 빛이 잘록한 허리로 허리끈 없는 바지처럼 흘러내릴 듯한
고등어에 반했을까? 눈을 떼지 못하고 몰두하여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고등어 처음 봤나.
그것도 아니면 금테 둘린 고등어인가?"
별의별 상상을 별처럼 총총 떠올리고 있을 때
지나가야 하는데 가뜩이나 비좁은데다 앞에서 아주머니가
버티고 있으니 가지도 못 못하고 오지도 못하며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빨리 나가라는 고성이 울렸습니다
아주머니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고는
미안하다는 내색을 엿보이며 옆으로 비켜주었습니다
나도 움직이는 행렬을 따라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는데
뒤에서 고등어 장사 할머니와 아주머니의 대화 창이 날아왔습니다
"아줌마 사려면 빨리 사가고 말면 말지 왜 그렇게 고등어를 뚫어져라
바라만 보고 있어 다 닳아 없어지겠네"
할머니의 말씀이 끝나자 아주머니의 말이 들렸습니다
"할머니 고등어한테 고등어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 말이 안 나오네요
그래서 사지도 못하고 그냥 가지도 못하고
이렇게 두손놓고 보고만 있었어요"
이 말에 기가 막히는지 할머니는 아주머니에게
팔라고 사정을 해도 안 팔 테니 제발 가라고 소리치자
아주머니는 아주 공손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제가 이 고등어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바다는 말을 낳지 고등어. 파도. 폭풍. 뭍. 등대. 배. 항구                            
섬. 해물. 만선. 부둣가. 수평선. 바다는 말을 아끼고 있을 뿐이지
어찌 보면 삶을 낚고 있지.
살아 있는 말은 다 지니고 있으면서 때를 보며
쓰도록 하고 있어.
밑도 끝도 없는 무아지경으로 빠지다 보니
본의 아니게 폐를 끼쳐 드렸네요
할머니!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
그리고 고등어 세 마리 주세요."
듣다 보니 정말 바다는 광활한 언어의 자원을
소망으로 배웅합니다
바다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수많은 언어 속에서
우리의 일상이 살아 있다는 생생한 꿈을 펼쳐가게 합니다.
댓글 : 0
이전글 6월의 촛불
다음글 삭제된 게시물입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추천 조회 등록일
432 시.시조 왜... 정선규 0 9846 2011-05-19
431 자유글마당 어그 사태 정선규 0 9604 2011-05-18
430 시.시조 손님 정선규 0 9783 2011-05-17
429 자유글마당 인생 덧입기 정선규 0 9670 2011-05-17
428 메모.비망록 신의 문법 창세기 1장 집필중 입니다 정선규 0 8947 2011-05-17
427 자유글마당 그리운 선생님 정선규 0 10239 2011-05-16
426 시.시조 여시 차 정선규 0 11310 2011-05-16
425 시.시조 깻잎 서정 정선규 0 10303 2011-05-14
424 시.시조 6월의 촛불 정선규 0 10136 2011-05-13
자유글마당 고등어 세 마리 정선규 0 9431 2011-05-13
422 시.시조 삭제된 게시물 입니다. 정선규 0 30 2011-05-12
421 메모.비망록 노인과 여자 정선규 0 9326 2011-05-12
420 시.시조 고목 정선규 0 9951 2011-05-11
419 자유글마당 길... 정선규 0 9760 2011-05-11
418 시.시조 거미줄 정선규 0 10096 2011-05-09
81 | 82 | 83 | 84 | 85 | 86 | 87 | 88 | 89 | 90
이 사이트는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문인 개인서재)입니다
사이트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알립니다 독자투고 기사제보

 

Contact Us ☎(H.P)010-5151-1482 | dsb@hanmail.net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73-3, 일이삼타운 2동 2층 252호 (구로소방서 건너편)
⊙우편안내 (주의) ▶책자는 이곳에서 접수가 안됩니다. 발송전 반드시 전화나 메일로 먼저 연락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