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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산맛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138 등록일: 2011-05-07
산 맛
 海 月 정선규

소나무 숲을 가로질러
참나무 무성한 오솔길로
들어서니 떨어진 묵은 잎으로
숨겨놓았던 다람쥐 식량이 들통나니
보물찾기가 너무 쉬워 아쉽다

작은 뽕나무 발아래 살그머니
다가가 신발 벗기려 보니 벌써 산새가
똥 발라 찜을 해버리는 접근금지 당한 채

하얀 목덜미 긴 야생초가
임 기다리다 지쳤는지 어깨 늘어뜨린 채
낮잠에 취해 향기나는 잠꼬대 투정으로
날 좀 봐요. 그럴싸하게 유혹한다

아뿔싸 모르는 척 자리를 뜨는데
돌돌 매끄러운 맷돌 가는 소리가 들려
발길 따라가니 가슴팍으로 흐르는
물레방아 도는 내력이 가락국수처럼
잘 풀린 것이 입안으로 후루룩 켕긴다

아! 배부르다 싶어 하산하니
뒤뚱뒤뚱 오리걸음 신세가 되었으나
맛깔스런 산행을 음미하는 단잠으로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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