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내에 가면 아주 작고 앙증맞은 허무름한 칼국수만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가을 아줌마도 아저씨도 아닌 오직총각 가을 총각인데 가끔 제가 갈 때마다 " 얼 ~~~ 가을 총각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 " 한마디씩 하곤 하는데 벌써 일년동안을 그렇게 했네요 가을만 있는 총각 이제 겨울이 오면 지난 가을을 연상하고 쓸쓸히 사라져간 그 총각을 생각하며 추억을 논하겠지요 그런데 한 가지 참 이상한 것은 그 집 손님들이 거의 아줌마들이라는 것입니다 아! 이 가을 또 어떤 아줌마들이 성급하게 가을을 다 보내지도 않은 그 총각을 은은한 칼국수 분위기로 캬바레타령으로 그렇게 익어가는 한 도심의 작고 허름한 칼국수식당을 더 구수하게 익혀갈지 벌써 궁금해지네요 총각은 열심히 칼국수를 만들고 동네 점순이 아줌마는 거울을 보며 탐스러운 점을 어루만지는 귀부인으로 우아하게 식당에 앉아 올 가을 그리고 총각속에서 후루룩 거리는 입술을 가지고 추억의 한 페이지를 쓸지 기대됩니다 뒷집의 영숙씨는 올 가을 또 얼마나 많은 칼국수를 먹게 될지 작년에 한 사백그릇을 먹었다지요 왜냐 그 총각이 얼마나 좋던지 눈만뜨면 칼국수 맛이 좋다고 가서는 총각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다 해가지면 한 짐이나 되는 아쉬움을 등에 지고 고무신을 벗어 입에 물곤 돌아갔다지요 행복한 가을 ...... 뭔 일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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