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집
/海 月 정선규
완연한 봄이 맑은 햇살 업고
공중을 가르며 혓바닥 날름거리면서
고향 언덕을 넘어오곤 했었다
고향 하늘 점령한 채 덕지덕지 지붕에 달라붙어
음흉한 눈빛으로 꽈리 틀고 보다가 바람이 불면
몸을 부풀려 튕겼다
백마고지 탈환을 방불하는 밀고 방어하는 계절전선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면 겨울 잔당들은 기와 밑에 숨어 들어가 빈틈을 타고
햇살을 찌르고 나오다 감돌아 나오는 봄기운에 소멸하였다
우리 동네 봄이오는 첫 길목이었던 고향 집
언제나 봄과 겨울의 반어울림의 시끄러운 싸움이
어머니 아버지와 따사로운 동거를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