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海 月 정선규

얼마나 편안한 걸음으로 오고 계시는지
바람이 불어도 구김살 없이 피어오르는
올마다 향불이 새끼줄 꼬던 여느 때처럼
기지개 활짝 켠 오른손으로 천장을 받쳐 들고 있다
제사상 위로 음식이 차려지자 어머님이 정갈한
추스름으로 잘 차려입으시고 숲 속을 지나
안방으로 걸어 들어오신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산 것과 죽은 것을 섞어 보내야 한다는 것을
내 마음 깊이 모셔와도 돌이킬 수 없이
헤어나지 못하는 무아지경의 뼈대로 뻣뻣한 상념의 자태
삶만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은 먹성의 근성으로
옆에 있는 듯 없는 듯 한 입 물고만 있는 과묵한 아리송한 형상이
알 수 없는 영역의 틀을 넘어들어와 절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경이롭다
이승과 저승 사이 통로에서 제사로 산 자와 죽은 자가 나란히 절로 나누는 향연이
왜 그렇게도 침묵의 시위가 된 채 엮어져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생각하면 아련하고 아득히 먼 시야에서 벗어나 외면하는 자국으로 자꾸만 어디론가
걸어나가는 이별은 삶이 죽음과의 교제로 맺은 인연을 끊어만 간다
신비로운 일이다
어머니 제사 때만 되면 포근한 일상으로 편안히 맞닿는 그 길이
고급스러운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어느 한 세계를 넘보게 된다
죽음이 이렇듯 신비로운 감성이 될 수 있을까 잔잔한 감탄사로 둘러쳐진다
태초로부터 신이 사람을 흙으로 인정한 죽음이 이렇게 평안한 일상처럼 보일까?
산 자와 죽은 자의 전통을 과거와 현실로 나누어 먹는 일상이 충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