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권력의 상징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이제 봄비는 굳은 대지의 혈맥을 풀어 많은 생명에 불어넣고 있는 요즘 자주 흙을 보고 나무를 보다 풀잎을 봅니다 어제는 옥에 티가 되어 흙에 조그맣게 붙어 있더니 아니 벌써 파릇파릇 낭랑 18세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봄을 떠올려놓고 있습니다 서둘러 보문산을 산책하다 보니 풀 내음이 코끝을 당겨가는지라 잠시 걸음을 멈추고 풋풋한 산책로에서 조금 벗어난 오솔길에 쪼그리고 앉아서 등 뒤에서 효자손을 긁는 햇살의 성화조차도 까마득히 잊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모자를 벗는 새싹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제 막 땅에서 올라온 녀석이 뭐라 하는지 들어보세요 "아저씨 지금 남의 대문 앞에서 뭐 하는 거예요" 나는 놀랄 따름이었습니다 남의 대문 앞이라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녀석아! 하나를 알아도 똑바로 알아야지 여기는 남의 대문 앞이 아니라 남에 눈앞이다 그러는 너는 지금 남의 눈앞에서 뭐하는 거니 내 눈 찔렀으면 어떻게 할 뻔했어." 아주 냉정하게 쏘아붙였습니다 녀석은 잠시 새치름해져 생각하더니 "아저씨 그건 예의가 아니지요. 있잖아요. 내 친구 별명이 뭔지 아세요 눈치 없는 장애인이에요. 눈치가 없거든요" 졸지에 나는 예의가 없어 눈치 없는 장애인까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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